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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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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해설자 펄 신이 명예의 전당 입성 소감을 묻자 박세리(27·CJ)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에 내 이름이 영원히 남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었다.
98년 LPGA 투어에 입문한 뒤 올해로 7년째. 개인통산 22번째 우승이었지만 이번 승리는 특별했다.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입회를 확정짓는 우승이었기 때문.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조건인 27포인트를 확보해 LPGA 투어 10년을 채운 2007시즌 뒤 아시아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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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킹스밀GC(파71)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미켈럽울트라오픈(총상금 220만달러) 최종 라운드. 전날까지 3언더파로 6위였던 박세리는 6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며 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 공동 2위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줄리 잉스터(미국·이상 7언더파 277타)를 제치고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시즌 첫 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해 8월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이후 약 9개월 만의 우승이자 개인통산 22승 중 10번째 역전승.
전반 9홀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인 박세리는 11번(파4)홀에서도 버디를 낚아내며 8언더파로 리더보드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승부가 갈린 것은 15번홀(파5). 드라이버 티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박세리는 4번 우드를 잡고 226야드 거리의 그린을 직접 노렸다. 공은 오히려 그린을 오버해 프린지에 떨어졌으나 박세리는 3번째 칩샷을 그림같이 핀 옆 10cm에 붙여 손쉬운 버디를 낚았다.
반면 오초아는 14번홀(파4)에서 치명적인 보기를 하며 6언더파로 추락해 15번홀 버디로 10언더파로 올라선 박세리와의 차이가 4타로 벌어지며 승부가 판가름났다. 지난해 준우승만 세 차례 한 ‘비운의 신인왕’ 오초아는 18번홀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 잡았다가 놓친 우승을 아쉬워했다.
LPGA 투어를 통틀어 세 번째로 많은 33만달러의 상금을 보탠 박세리는 단숨에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54만6483달러)과 박지은(나이키골프·53만8725달러)에 이어 상금랭킹 3위(47만7886달러)로 점프. 그가 7년간 LPGA 투어에서 번 금액은 750만달러나 된다. 지난해 대회 챔피언 박지은과 ‘골프신동’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는 이븐파로 공동 12위를 차지했다.
한편 박세리와 박지은은 13일부터 88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시즌 오픈전인 ‘MBC-XCANVAS 여자오픈 골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1일 금의환향한다.
| 미켈럽울트라오픈 최종 성적 | |||
| 순위 | 선수 | 파 | 스코어 |
| ① | 박세리 | -9 | 275(70-71-69-65) |
| ② | 줄리 잉스터 | -7 | 277(68-71-71-67) |
| 로레나 오초아 | -7 | 277(70-68-68-71) | |
| ④ | 한희원 | -4 | 280(69-68-77-66) |
| ⑥ | 김미현 | -3 | 281(69-70-73-69) |
| ⑧ | 아니카 소렌스탐 | -2 | 282(69-71-71-71) |
| ⑫ | 박지은 | 0 | 284(72-69-72-71) |
| 미셸 위 | 0 | 284(72-67-73-72) | |
| ○16 | 강수연 | +1 | 285(65-70-76-74) |
| 안시현 | +1 | 285(72-69-72-72) | |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명예의 전당…LPGA 53년간 22명뿐
‘코리안 군단의 선봉장’ 박세리(27·CJ)가 ‘3년 후 자동 입주권’을 따낸 미국LPGA 명예의 전당 입성은 여자골퍼에게는 최고의 영예.
미국LPGA 명예의 전당 회원은 ‘골프계의 전설’로 불리는 벤 호건, 아널드 파머 등이 가입돼 있는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World Golf Hall of Fame)’에도 자동 가입된다.
그러나 까다로운 입회자격 때문에 지난 53년간 미국LPGA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골퍼는 불과 22명뿐. 사상 최초로 미국PGA투어에 출전, 컷을 통과했던 ‘여장부’ 베이브 자하리아스 등 4명이 1951년 첫 테이프를 끊었고 소렌스탐이 가장 최근인 지난해 입회한 주인공이다. 미국LPGA측은 그동안 세 차례나 입회기준을 완화시켰다. 그래도 지난 99년에 개정된 기준 3가지를 모두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①가입 기준 포인트 27점을 획득해야 한다. 일반대회 우승은 1점, 메이저 우승은 2점, 베어트로피(시즌 평균 최저타 수상)와 올해의 선수상은 1점씩이다. 박세리는 22승(메이저 4승 포함)으로 26점, 지난해 베어트로피 수상으로 1점을 획득해 미국진출 7년 만에 27점을 모두 채웠다. ②메이저대회 우승과 베어트로피(시즌 최소타상), 올해의 선수상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충족시켜야 한다. 27점이 넘어도 3가지 타이틀 중 하나라도 빠지면 가입불가. ③최소한 10년 이상 미국LPGA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98년 데뷔한 박세리는 기준 포인트인 27점을 획득하고도 2007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미 40점을 획득한 캐리 웹(호주)도 2005년 가입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미국 데뷔가 박세리보다 11년이나 빠른 로라 데이비스(영국)는 25점에 머물고 있지만 2점만 추가한다면 올해 안이라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편 홀리스 스테이시(미국)는 22점을 마크중이지만 만 50세라는 나이가 버겁고 도티 페퍼(39·미국)도 현역 선수로 남은 6점을 채우기는 버거울 듯. 이들은 ‘베테랑 입회(미국LPGA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은퇴 선수)’ 케이스를 노려볼 수는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특별위원회 3분의 2이상 발의와 전체회원 75%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 미국LPGA 명예의 전당 멤버 | ||
| 입회연도 | 성명 | 통산승수 |
| 1951 | 페티 버그 | 60승 |
| 1951 | 베티 제임슨 | 13승 |
| 1951 | 루이즈 서그스 | 58승 |
| 1951 | 베이브 자하리아스 | 41승 |
| 1960 | 벳시 롤스 | 55승 |
| 1964 | 미키 라이트 | 82승 |
| 1975 | 캐시 휘트워스 | 88승 |
| 1977 | 산드라 헤이니 | 42승 |
| 1977 | 캐롤 만 | 38승 |
| 1982 | 조앤 카너 | 43승 |
| 1987 | 낸시 로페즈 | 48승 |
| 1991 | 팻 브래들리 | 31승 |
| 1993 | 패티 시한 | 35승 |
| 1994 | 다이나 쇼어 | 명예회원 |
| 1995 | 벳시 킹 | 34승 |
| 1999 | 에이미 알코트 | 29승 |
| 1999 | 베스 대니얼 | 33승 |
| 1999 | 줄리 잉스터 | 30승 |
| 2000 | 주디 랜킨 | 26승* |
| 2001 | 도나 카포니 | 24승* |
| 2002 | 말리니 헤이그 | 26승* |
| 2003 | 아니카 소렌스탐 | 49승 |
| 2005# | 캐리 웹 | 29승 |
| 2007# | 박세리 | 22승 |
| *=베테랑 특별회원 #=박세리와 캐리 웹은 각각 3년, 1년 후 자동 입회 통산승수=현역은 10일 현재 | ||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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