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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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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점프. 잠시 후 볼은 그린위에서 사라졌다. 마치 마법을 보는 듯 했다. 화들짝 놀란 팬들의 탄성이 터졌다. 우승을 확정지은 ‘신기의 이글.’
크레이그 패리(38·호주)는 환성을 울리며 손에 쥔 6번 아이언을 하늘로 솟구쳐 올렸다. 연장전 상대 스콧 버플랭크(미국)는 패리를 꼭 껴안고 우승을 축하해 줬다.
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럴리조트 블루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포드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최종라운드. 나란히 17언더파로 연장전에 들어간 둘의 운명은 ‘블루 몬스터(워터 해저드로 둘러싸인 도럴리조트의 별칭)’에서도 악명 높은 18번홀(파4·443야드)에서 가려졌다.
먼저 드라이버 티샷한 패리의 볼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안착한 반면 버플랭크의 볼은 페어웨이 우측 나무를 맞고 러프에 빠졌다. 하지만 버플랭크는 러프속에서 침착하게 세컨드 샷을 그린 에지에 올려놓는데 성공. 파는 무난해 보였다.
이제 패리의 차례. 18번홀 그린은 핀 왼쪽 바로 옆에 워터 해저드가 있어 핀 오른쪽을 공략하는 게 안전한 방법. 하지만 버플랭크의 샷을 본 패리는 핀에 바짝 붙여 버디로 승부를 내겠다는 듯 과감하게 핀을 직접 공략했다.
6번 아이언으로 쳐 176야드를 날아간 볼은 그린에 한번 튀긴 뒤 떼굴떼굴 50cm 정도를 굴러 홀에 들어가 버렸다.
2002년 WGC-NEC인비테이셔널에 이어 PGA투어 2번째 우승을 차지한 패리는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이었다”고 감격해 했다. 이 대회 역대 연장전에서 이글 샷이 나오긴 90년 그레그 노먼(호주) 이후 14년만이다.
18개월만의 PGA투어 우승을 노렸던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이날 3언더파 69타로 선전했으나 선두를 빼앗기는 역부족이었다. 공동 5위(14언더파 274타)로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 공동 4위 이후 시즌 두 번째 ‘톱10’ 진입.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정교한 아이언샷(그린 적중률 72.2%로 공동 7위)과 퍼팅(홀당 평균퍼트수 1.615) 으로 올 시즌 우승의 꿈을 부풀게 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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