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육상선수 “태극마크 보다 돈”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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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보다 전국체전이 더 중요하다?’

육상계에서 태극마크를 외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부터 23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이번 대회에 대표로 뽑혔던 3,4명의 선수들이 부상을 핑계로 출전을 거부했다”고 개탄했다. 별 소득이 없는 아시아선수권대회보다는 돈이 생기는 다음달 초의 전국체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 선수는 “몸 관리 잘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번에 수 백 만원을 벌 수 있는데 누가 우승도 못할 국가대표로 뛰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면 국내 1인자. 전국체전에 나가면 가볍게 금메달을 딸 수 있고 포상금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입상이 힘들고 성적과 기록이 나쁘면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행여 부상이라도 당하면 전국체전에 아예 출전할 수도 없게 된다.

소속팀 감독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를 빼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시청이나 군청 팀은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만 명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빠진 선수가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더욱 큰 문제는 감독이나 선수, 대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들까지 이런 기현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라고 말했다.

마닐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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