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후 1년]변신하는 일본축구 식지않는 응원열기

  • 입력 2003년 5월 30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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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바치 신이치(아사히신문 축구담당기자)
추바치 신이치(아사히신문 축구담당기자)
월드컵이 끝난 뒤 일본대표팀은 다시 스타트했다. 월드컵 16강의 목표를 이룬 일본축구협회는 차기 감독에 브라질의 지코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일본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 국제적 지명도가 높은 점, 선수와의 신뢰관계 형성이 쉬우리라는 점이었다. 트루시에 전 감독이 협회 또는 선수와 자주 충돌했던 일을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코 감독의 스타일은 트루시에 감독과는 대조적이다. 트루시에 감독은 합숙을 좋아했다. 연습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전술을 선수들이 철저히 몸에 익히게 했다. ‘오토매티즘(기계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드로 선수의 개성을 살리기보다 조직적이고 신속한 공수 전개를 목적으로 했다.

“연습을 위한 합숙은 하지 않겠다.” 지코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딱부러지게 말했다. 출범 후 첫 상대인 자마이카 전을 앞두고는 2번 밖에 연습하지 않았다. 그것도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슈팅 연습과 미니게임을 했을 뿐이었다.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좋은 리듬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는 게 지코 감독의 말이었다. 연습 도중 감독으로부터 아무 지시가 없자 걱정이 된 오노 신지는 자발적으로 수비진용을 지휘했다.

개성을 인정해 선수 스스로 연계를 모색하도록 한다는 지코 감독의 방침은 트루시에 감독과는 정반대. 이에 호의를 갖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곤혹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자마이카팀을 맞은 지코 감독은 늘 양복을 입었던 트루시에 감독과 달리 셔츠와 점퍼 차림이었다. 선수 포진도 전 감독이 고집해온 3-5-2가 아닌 4-4-2로 바뀌었다. 월드컵 멤버에 끼지 못했던 나카무라 온스케의 모습도 보였다. 결과는 1-1 무승부. 변화는 했지만 열매를 얻지는 못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에게는 0-2로 졌고 올 들어 첫 A매치인 3월 우루과이전도 2-2로 비겼다. “작년 월드컵 때까지 쌓아올린 힘이 사라졌다”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끊었다. 그러다 4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첫 승리를 올려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도 지코의 지휘력에 대한 의문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노와 나카다는 때론 감독처럼 열변을 토한다. 수비진도 연습 후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트루시에 감독 때는 찾아볼 수 없었던 자유스런 분위기다.

지코 감독 역시 스타일을 바꿔 가고 있다. 하지 않겠다던 ‘연습을 위한 합숙’도 한다. 미국 원정 대신 치른 합숙을 계기로 경기 전에는 3~5일의 연습기간을 갖고 있다.

월드컵 후 1년을 맞았지만 아직 지코가 겨냥하는 팀 플레이의 골격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계속 지켜보아야 할지 팬들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도 일본 내 대표팀 경기는 언제나 만원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축구팬이 자리를 잡았다. 작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무렵부터 정착된 유니폼 차림의 응원 모습도 변함없고 응원 열기도 식지 않았다.

추바치 신이치(忠鉢信一·아사히신문 축구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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