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후계자’ 누구냐

  • 입력 2002년 6월 16일 23시 51분


월드컵에 출전한 각 팀의 주전 골키퍼를 모아두면 ‘경로당’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소속팀에서 고참들이 주로 수문장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실점’을 의미하는 골키퍼에게 무엇보다도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까닭에 백전노장들이 많다. 또 다른 포지션과 달리 뒤에서 받쳐줄 동료가 아무도 없는 고독한 상황을 견디는데도 제격이다.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 후보에도 ‘황혼’을 맞은 잉글랜드 데이비드 시먼(39·아스날)과 독일 올리버 칸(33·바이에른 뮌헨)이 강력하게 떠올랐다.

페널티킥만 150여 차례나 막았다는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구 소련)을 기리기 위해 만든 ‘야신상’은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도입됐다. 실점률은 물론 슈팅방어 횟수, 페널티킥 허용률 등을 종합해 ‘신의 손’을 가린다.

불혹을 바라보는 시먼은 본선 출전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 월드컵에서 골문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일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와 덴마크와의 16강전을 치르는 동안 18차례의 슈팅 중 단 1개만을 허용하는 철벽 방어를 과시했다. 아르헨티나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함께 속한 ‘죽음의 조’에서 잉글랜드가 살아 나온 데는 시먼의 선방이 한몫 단단히 했다. 영국의 BBC는 시먼을 잉글랜드 16강 진출의 1등 공신으로 꼽기도 했다.

‘고릴라’ 칸 역시 독일이 8강에 진출할 때까지 치른 4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며 ‘전차군단’의 버팀목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동물적인 반사신경이 돋보이는 칸은 특히 자신의 생일날 열린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상대의 파상공세를 번번이 차단하는 수훈을 세웠다. 지난해 발렌시아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3개를 쳐내 펠레로부터 “이 시대 최고의 골키퍼다”, 베켄바워에게서는 “칸이 없었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우승할 수 없었다”라는 찬사를 들었다. 특히 94년 미국월드컵에서 후보였던 칸은 98년 프랑스대회 때도 벤치 신세였으나 오랜 기다림 끝에 기량을 활짝 꽃피웠다.

당초 특급 수문장으로 불린 98년 대회 수상자 파비앵 바르테즈(프랑스)와 유럽 최고의 골키퍼 예지 두데크(폴란드),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 등이 사라진 가운데 이들 2명은 ‘야신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

16강전을 앞둔 한국 이운재(29)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골만을 빼앗기며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호르헤 캄포스(36)를 밀어내고 멕시코 주전자리를 꿰찬 오스카르 페레스(29)도 주목받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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