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승부 향방? ‘조커’에게 물어봐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33분


카드를 칠 때 조커는 다른 패를 대신으로 쓰여 판세를 한꺼번에 뒤엎기도 한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베스트 11’은 아니지만 승부처에서 교체멤버로 투입되는 ‘조커’는 일거에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반환점을 코앞에 둔 월드컵에서 조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농구의 식스맨처럼 이들은 축구가 마치 11명이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듯 사실을 보여주듯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파라과이에 기적 같은 16강 진출 티켓을 안긴 스트라이커 넬손 쿠에바스(22·아르헨티나 리버플레이트).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내내 벤치만 데우던 쿠에바스는 12일 서귀포 슬로베니아전에서 후반 16분에 그라운드에 나서 극적인 역전승을 엮어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과 추가골을 잇달아 장식해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이던 16강 고지로 팀을 이끌었다. 99년 6월 볼리비아전에서 A매치를 데뷔를 한 뒤 11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쿠에바스는 이날 크게 ‘한 건’한 덕분에 일약 파라과이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쿠에바스가 ‘흙 속의 진주’였다면 조별리그를 신바람나는 3연승으로 매듭지은 스페인의 공격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26·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는 ‘준비된 조커’. 대회 개막 직전 오른쪽 발목을 다쳐 주전 자리를 내줬으나 7일 파라과이와의 2차전 후반에 나와 2골을 몰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만들었다. 모리엔테스 역시 팀이 0-1로 뒤져 위기에 몰린 가운데 ‘긴급 출동’을 해 스페인의 16강 확정에 앞장 섰다. A매치 22경기에서 16골을 올린 골잡이로 1m84, 78㎏의 당당한 체격조건에 탁월한 위치 선정과 1대1 능력이 돋보인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조커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4월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에만 2차례 ‘반지 키스’ 골 세리머니로 강한 인상을 심었던 그는 10일 미국전에서도 후반 절묘한 백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장식했다.

조커 기용이 성공하면 감독은 용병술을 인정받으며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다. 또 조커가 종횡무진 휘젓고 다닐 경우 상대수비들에게는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이 지옥처럼 여겨진다. 바야흐로 조커의 발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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