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vs 곰…히딩크-어리나감독 두뇌싸움

  • 입력 2002년 6월 8일 22시 55분



‘여우와 곰이 만나면….’

10일 오후 3시반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D조 예선 한국과 미국의 맞대결은 양팀 모두에 사생결단의 한판 승부. 이에 따라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양팀 감독이 펼치는 지략 싸움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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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56). 그는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린다. 매경기 치밀한 계획 속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전략을 세운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을 심하게 몰아친다. 치열한 주전경쟁을 유도해 일일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 감독의 요구에 따르게 만든다. 또 경기 전은 물론 경기 중에도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고도의 신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히딩크 감독은 8일 16강 진출의 고비가 될 미국을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폈다. 미국이 예상외로 강호 포르투갈을 꺾은 것에 대해 “사실은 2-2 무승부로 끝날 경기였다. 심판이 오프사이드를 불지 않아 미국이 두 번째 골을 거저 얻었다”며 미국의 실력을 깎아내린 것.

특히 히딩크 감독은 “우리도 심판의 판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혀 미국전에서 심판이 승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까지 언급하며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폴란드전 승리의 주역인 황선홍과 유상철을 놓고도 실제로 그들이 부상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혼란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해 미국의 전술 구상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브루스 어리나 미국 감독(51). 그는 ‘우직한 곰’이다. 서두르지 않는다. 선수들을 몰아세우기보다는 자상하게 감싸 준다. 선수 개개인과 정기적으로 대화시간을 가지며 경기장 안팎의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큰 형님’이다. 전력에 대해서도 비교적 숨기는 게 없다. 여유가 넘쳐흐른다. 그러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철저하게 내실을 기하는 스타일이다.

미국이 한국에 입국해 휴식하고 쇼핑을 즐기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로 연출했는데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뒤였기 때문이다. 어리나 감독이 한국이 매일 2번씩 훈련하는 것을 보고 “준비가 다 끝났다면서 매일 2번씩 훈련하느냐”고 비웃었던 것도 이 같은 그의 스타일 때문.

포르투갈을 3-2로 꺾은 것도 이 같은 전략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포르투갈의 우세를 점쳤지만 미국은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양팀 모두 16강 진출을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한판 대결. 여우와 곰 중 과연 누가 웃을까.

경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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