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NBA 드림팀이 별거냐

  • 입력 2000년 9월 30일 17시 15분


올림픽 개막전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99.9%'라던 미국 프로농구(NBA) '드림팀'이 리투아니아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29일밤 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퍼돔에서 벌어진 남자농구 준결승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앞두고 출범한 이후 40연승을 질주하던 NBA 드림팀은 종료부저와 함께 던진 리투아니아의 3점슛이 빗나간덕에 85-83으로 힘겹게 승리, 아슬아슬하게 치욕을 면했다.

하지만 이전 대회에서 월등한 기량을 과시하며 최소 22점차 이상으로 승리했던 기록은 무참히 깨져 '농구종가' 최고의 멤버들이 모인 팀이라는 자존심에 금이 갔다.

전반 스코어는 48 대 36으로 미국팀의 여유있는 리드.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리투아니아의 3점 슛과 드라이브인이 잇달아 터지면서 점수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리투아니아는 케비 치우스의 3점슛이 작렬하면서 54 대 54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후 경기는 승부를 예측 할 수 없는 접전의 연속.

설마 설마 하던 경기는 마지막 1분여를 남기고 리투아니아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전 세계 농구팬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종료 43.4초를 남기고 3점차의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자유투 3개중 2개를 놓친 리투아니아는 30여초 뒤 사루나스 야시케비치우스(27점)가 장대숲을 헤치고 레이업슛을 성공시켜 84 대 83으로 따라 붙었다. 경기 종료 11·4초전.

콧대높은 미국 드림팀의 자존심을 꺽어주길 바라는 관중들은 "리투,리투"를 연호하며 리투아니아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리투아니아는 제이슨 키드(6점)에게 반칙작전을 썼고 이작전은 적중, 키드는 2개의 자유투중 첫번째만 성공시켜 미국 드림팀은 1점밖에 달아나지 못했다.

남은 시간은 9·4초.

두 팀 선수들은 실패한 키드의 두번째 자유투를 잡기 위해 몰려 들었고 주심은 '점프볼'을 선언했다.

최후의 공격권을 잡은쪽은 리투아니아.

팬들은 가슴을 졸인채 드림팀의 '무패신화'가 깨질지도 모를 역사의 현장을 주시했다.

그러나 종료를 알리는 버저와 동시에 야시케비치우스의 손을 떠난 3점슛은 림을 외면했고, 드림팀의 연승기록은 겨우 이어졌다.

미국 드림팀에게 안도의 순간이었고 리투아니아와 새로운 강자의 출현을 바라는 농구팬들에게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승리한 미국보다 패배한 리투아니아팀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오만하고 불성실한 부자들 보다 성실한 노력형 선수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헌사'처럼 보였다.

박핵식/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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