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銀 강초현 "아빠 보셨어요?"

  • 입력 2000년 9월 16일 18시 46분


대표선수 훈련장인 태릉선수촌에서 ‘DDR와 전자오락의 여왕’으로 불리던 강초현이 경기후 눈물을 보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8세 여고생으로 워낙 명랑한 데다 수다떨기 좋아하고 낙천적인 평소 성격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초현은 결선 경기를 마치고 사선을 걸어나온 직후 눈물을 훔쳐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현장에 있던 국내외 보도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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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초현은 금방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간 고생한 생각도 나고 금메달을 못 따 아쉽기도 하면서 은메달이라도 따내 기쁘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 등등 짬뽕이에요.”

울었던 것이 다소 쑥스러운 듯 강초현은 시상대에 올라가 내내 환하게 웃으며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1위를 차지한 낸시 존슨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기도 해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날 강초현의 ‘눈물’은 과거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한국의 은, 동메달리스트들이 흘리던 그 눈물과는 달랐다. 96애틀랜타올림픽때 한국의 한 은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놓친 것이 못내 분해 울다 외신의 집중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금메달이 아니면 돌아보지도 않는 게 한국 스포츠의 우스운 문화라고 빈정댄 것.

강초현과 의남매를 맺은 남자사격대표 이은철(33·한국통신)은 “초현이가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신세대답게 늘 밝고 명랑한 데다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며 “초현이가 이날 흘린 눈물은 그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이자 새로운 사격 인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풀이했다.

강초현은 시상대를 내려오면서 이내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 경기가 끝났으니 남은 선수들 뒤치다꺼리도 하고 열심히 놀러 다녀야죠.”

<시드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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