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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15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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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대륙을 그린 대형 그림 한 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미소녀’ 니키 웹스터가 코에 야광크림을 뿌리고 쪽빛 남태평양에 대한 아름다운 꿈에 접어든다.
소녀가 맑고 푸른 바다 속 해파리, 가오리와 뛰노는 사이 원주민 무용수들이 다가와 신령의 나무인 ‘유칼립투스’에 불을 붙인다. 그들은 주술로써 원주민 부족들간의 단결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령 ‘완지나’를 불러내고 신과 인간이 환한 불꽃 속에서 한바탕 춤을 추며 광활한 호주대륙의 풍요를 노래한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뉴 밀레니엄 올림픽의 개막식은 대자연과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한편의 서사시.
40억 지구촌 가족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개막식 시나리오에 담긴 철학은 즐겁게 지내라는 뜻의 인사말인 ‘굿 다이(Good day·호주 현지발음)’.
개막식 예술공연은 세대간 화합을 상징하는 15세부터 77세까지의 늠름한 기마대가 스타디움에 입성, 5개 대륙을 나타내는 올림픽마크를 그려낸 뒤 일제히 모자를 관중석에 던지고 ‘굿 다이’를 외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이 윌리엄 딘 호주총독과 함께 입장하고 호주 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남십자성이 그려진 호주국기가 별이 빛나는 푸른 밤하늘에 높이 올려졌다.
해저의 꿈, 개벽, 불꽃, 자연, 금속, 도착, 영원 등 7가지 테마로 구성된 식전행사는 원주민시대부터 영국인의 이주를 계기로 호주가 눈을 뜬 근대를 거쳐 현재까지의 역사를 자연을 배경으로 그려냈다.
선수단 입장이 마무리될 즈음인 9시38분 윌리엄 총독이 시드니올림픽 개막을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군중을 통해 건네진 올림픽기가 올림픽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게양돼 개막 분위기는 절정을 치달았다.
이어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는 오른쪽 스탠드 하단 입구에서 나타난 뒤 5명의 주자를 거쳐 점화자인 캐시 프리먼의 손에 의해 스타디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화대에 옮겨지며 16일간의 열전이 벌어지는 시드니를 환하게 밝혔다.
<시드니〓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