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미-일, '한방'의 승부사들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13분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의 닮은꼴 하나. 바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홈런 경쟁이다. 각 리그의 거포들이 ‘무더기’로 벌이는 홈런왕 레이스는 안개 속을 달리고 있는 셈.

▽한국〓‘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은 6일 대구 해태전에서 홈런 2방으로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홈런 공동 선두로 뛰어오른 이승엽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30홈런을 넘어선 주인공이 됐다. 물론 54개의 홈런을 때린 지난해와 비교하면 분명 떨어진 홈런 페이스. 지난해에는 6월24일에 30호 홈런을 쳤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올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하튼 이승엽의 ‘독주’가 사라진 덕에 홈런 경쟁은 재미있어졌다. 6일 뒤질세라 30호째 홈런을 터뜨린 ‘용병 거포’ 퀸란(현대)이나 가장 먼저 30호 홈런을 치고 이들을 기다린 박경완(현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홈런 레이스에서 저마다 ‘큰 꿈’을 꾸고 있다. 홈런부문에서 만큼은 박경완과 함께 올해 ‘최대의 이변’으로 통하는 송지만(한화·28개)도 아직까지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미국〓혼전 양상은 한국과 비슷하다. 7일 현재 내셔널리그 홈런 선두는 35개를 때린 게리 셰필드(LA 다저스). 사실 셰필드는 거포라기보다는 교타자로 평가됐던 선수.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12년 동안 30홈런을 넘은 적이 3차례밖에 없었다. 96년 42개의 홈런을 친 것이 최다. 그러나 올해는 ‘슬러거’로 변신해 홈런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그 뒤를 세미 소사(시카고 컵스)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개 차로 쫓고 있다. 각각 32호씩을 기록, 2위와 2개 차의 공동 3위에 오른 선수는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와 짐 에드몬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사, 본즈, 그리피의 ‘관록’이나 시즌 타율 3할3푼대인 에드몬즈의 컨디션을 생각한다면 말 그대로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홈런 개수에서 약간 처지긴 했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토니 바티스타(33개)와 카를로스 델가도(32개)가 벌이는 아메리칸리그의 ‘한 집안’ 홈런왕 경쟁도 볼거리다.

▽일본〓한국이나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6일까지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에서 각각 마쓰이 히데키(요미우리 자이언츠·28개)와 나카무라 노리히로(긴데쓰 버펄로스·27개)가 2위 그룹을 5개 차 이상으로 멀찌감치 떨궈놓은 채 독주에 돌입했기 때문. 오히려 각 리그 홈런 수위인 마쓰이와 나카무라 중 누가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느냐가 관심거리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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