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우스 열풍 기대된다"안정환 성공예감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39분


‘익숙하지 않은 것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축구 엘도라도’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한 ‘테리우스’ 안정환(24·페루자)이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유럽에서 80년대 차범근의 ‘차붐’에 이은 또 한번의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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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이 이탈리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달 26일. 도착 이틀째인 28일 안정환은 곧바로 팀이 전지 훈련중인 이탈리아 북부 보르미오로 이동, 팀훈련에 합류했고 31일에는 몬차와의 연습경기에서 45분간을 뛰며 재치있는 발놀림을 유감없이 발휘해 구단 관계자들을 흡족하게 했다. 특히 두세 명의 밀집수비를 순식간에 제치는 특유의 발재간을 과시, 98년 페루자에 입단해 첫해 10골을 터뜨리며 ‘황색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나카타를 기억하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또 한 명의 아시아계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안정환이 이탈리아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가장 시급한 것이 텃세를 극복하는 것. 안정환이 몬차와의 연습경기에서 초반 10여분 동안 동료로부터 패스를 받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

90년대 초반 독일에서 활약한 김주성 부산 코치는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모든 것을 빨리 생활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기존 선수들과 인간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80년대 네덜란드에서 활약했던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이탈리아리그의 선수들은 근성이 대단하고 축구에 대한 자세가 철저하다”며 “한국의 프로축구처럼 생각하고 한순간 방심하면 크게 뒤진다”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도 성공과 실패를 가름할 변수중 하나. 축구해설가 이용수교수(세종대)는 “한국에서는 감독이나 구단에서 물심 양면으로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주지만 이탈리아는 개인이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 결국 성공의 관건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안정환의 뛰어난 자질과 열망, 주눅들지 않는 뛰어난 적응력으로 90년대 실패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호·양종구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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