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테니스대회]윌리엄스-데이븐포트 윔블던여왕 '흑백다툼'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10분


'혼자서도 잘해요.'

2000년 윔블던테니스대회 여자단식 2연패를 노리는 린제이 데이븐포트(24·미국)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 유달리 자립심이 강하다. 전세계를 누비며 이런저런 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프로들은 대개 부모들과 동행하기 마련. 단순히 보호자를 뛰어넘어 코치 겸 매니저로 나서는 부모도 많다.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소문난 '마마걸' 로 어머니와 늘 붙어다닌다.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자매의 아버지 리처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극성스럽다. 올 윔블던 4강에 진출한 옐레나 도키치(호주)도 마찬가지. 그녀의 아버지 다미르는 얼마전 코치를 해고하고 대신 그 자리를 맡았다. 오죽하면 이번 대회에서 부모들의 라커룸 출입을 금지했을까.

하지만 데이븐포트는 그 흔한 '치맛 바람' '넥타이 바람' 과는 거리가 멀다. 이혼한 그녀의 부모는 가끔 경기장을 찾는 정도이며 투어를 돌 때도 코치 1명이 따라다닐 뿐. 세 자매 중 막내인 데이븐포트의 부모는 모두 배구선수 출신이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아버지는 토목회사의 부사장이며 어머니는 남캘리포니아배구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두 언니 역시 배구선수로 뛰었다. 가정에 불화가 있거나 데이븐포트가 밉보였기 때문은 아니다. 그녀 역시 가족의 성원에 큰 힘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각자 자기 일로 바쁜 상황에서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게 그녀의 얘기. 다 큰 마당에 홀로서기가 당연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친척 한명이 응원을 왔다 7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2번 시드 데이븐포트는 8일 아버지와 동생의 극성스런 응원을 받게 될 5번 시드 비너스 윌리엄스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윔블던에서 미국 선수끼리 우승을 놓고 흑백 대결 을 벌이는 것은 90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지나 개리슨 이후 10년만이다. 윌리엄스와는 그동안 13차례 맞붙어 9승4패로 우위를 보였다. 잔디코트에서는 이번이 처음. 데이븐포트가 우승할 경우 96년 슈테피 그라프 이후 4년 만에 연속우승을 달성하며 자신의 통산 4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낸다. 윌리엄스가 이기면 58년 알시아 깁슨 이후 42년만의 흑인 챔피언이 된다. 데이븐포트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반면 윌리엄스는 빈민가에서 어렵게 성장했다. 이래저래 사연도 많은 이들의 마지막 승부에서 과연 누가 웃을 것인가.

한편 7일 벌어진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는 동생 세레나와 짝을 이뤄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나타샤 즈베레바(벨로루시)조를 2-0(6-3, 7-6)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비너스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2관왕도 바라보게 됐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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