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0]이탈리아 빗장수비 3영웅

  • 입력 2000년 6월 30일 19시 28분


공이 가는 길목엔 언제나 ‘푸른색 유니폼’이 버티고 있었다.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이탈리아-네덜란드의 유로 2000 준결승.

전반 33분 이탈리아의 잔루카 잠브로타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할 때만 해도 네덜란드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홈어드밴티지에 수적 우세까지…. 그러나 네덜란드는 볼점유율 65%을 기록하며 로스타임을 포함한 연장전까지 129분02초 동안 줄기차게 몰아붙이고도 끝내 이탈리아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대명사격인 ‘카테나치오(빗장수비)’가 진가를 발휘한 일전이었다. 빗장수비는 2중3중으로 수비벽을 쌓아 여러 겹의 빗장을 거는 수비방법. 이날 이탈리아는 10명이 일치단결, 온몸을 내던지며 요소요소를 지켜 네덜란드가 퍼부은 21개의 슛을 모두 무위로 만들었다.

이날 빗장수비의 핵심에는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32·AC 밀란)와 알레산드로 네스타(24·라치오), 프란체스코 톨도(29·피오렌티나)의 ‘3인방’이 있었다. 12년째 대표팀 주전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장 말디니와 ‘1대 1 수비의 귀재’ 네스타는 네덜란드의 최전방 공격수인 오베르마스와 클루이베르트를 꽁꽁 묶었다.

1m96, 90㎏의 톨도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뛰어나고 위치선정능력이 탁월한 GK. 이번 대회 전까지 6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무명선수. 그러나 톨도는 전반 37분 프랑크 데 보어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는 데보어와 폴 보스벨트의 볼을 쳐내며 승리를 견인, 최고의 영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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