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0]포루투갈 축구 전성기 활짝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포루투갈의 '힘' 피구
포루투갈의 '힘' 피구
'그들의 축구는 아름답다.’

‘유럽축구의 변방’ 포르투갈이 25일 터키를 꺾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에서 4강에 가장 먼저 올랐다.

포르투갈은 이미 A조 예선에서 잉글랜드와 루마니아 독일을 차례로 눕히며 조 1위로 당당하게 8강에 오른 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포르투갈의 사상 첫 대회 우승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유럽의 도박사들도 우승후보 3강으로 프랑스 네덜란드와 함께 포르투갈을 꼽고 있다.

도대체 포르투갈 축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유럽의 힘과 남미 기술축구의 장점만을 온전히 취해 어떤 상대를 만나도 흐트러짐 없이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 수비의 독일이 포르투갈의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0-3으로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나 25일 경기에서 터키가 전반 내내 수비벽을 높인 채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후반 들어 사실상 ‘녹다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단적인 예. 세계 언론들도 포르투갈의 환상적인 패싱과 물 흐르는 듯한 경기운영을 들어 ‘유럽의 브라질’로 부를 정도다.

하지만 포르투갈 축구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은 86년 멕시코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최근 12년 동안 월드컵 본선에 나오지도 못했다. 포르투갈은 그동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유소년축구에 집중 투자해 왔고 이제야 비로소 꽃을 피웠다.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주앙 핀투, 콘세이상 등은 89년과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20세 이하)를 2연패할 당시 우승 주역들. 이들은 대표팀의 주축을 형성하며 10여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25일 열린 터키와의 8강전은 바로 이러한 포르투갈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준 한판.

피구(바르셀로나)를 선봉으로 하는 포르투갈의 강철 허리진이 터키의 완강한 수비진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포르투갈은 전반 44분 상대 진영 오른쪽을 파고들던 피구가 골지역 왼쪽으로 센터링한 볼을 신예 누노 고메즈가 헤딩슛으로 터키 골문을 열었다.

포르투갈은 후반 11분에도 피구가 수비수 둘을 따돌린 뒤 골대 앞으로 달려들던 고메즈에게 노마크 찬스를 제공해주며 두번째 골을 이끌었다. 피구는 이날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폭 넓은 공간 활용과 날카로운 센터링, 중앙 돌파, 중거리슛 등 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주며 프랑스의 지단을 능가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포르투갈은 26일 새벽 프랑스-스페인전의 승자와 29일 결승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유럽축구선수권에서 포르투갈의 최고 성적은 84년 3위.

한편 32년만의 정상탈환을 노리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8강전에서 프란세스코 토티와 필리포 인자기의 연속골에 힘입어 루마니아를 2-0으로 물리쳐 네덜란드-유고전 승자와 30일 결승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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