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체육교류]부담적어 합의땐 급물살 탈 듯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그러나 그 '한걸음'은 스포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

13일 첫발을 딛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스포츠교류가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이미 남북한은 90년 통일축구와 91년 세계탁구선수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단일팀 구성을 각각 이뤄낸 바 있다. 그만큼 남북정상이 합의만 한다면 손쉽게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

그동안 김대중정부는 남북체육교류에 있어 철저히 '민간 당사자 교류'를 원칙으로 해왔다. 정부가 전면으로 나서는 것보다는 체육단체나 민간인들끼리의 교류를 권장하고 돕는 입장.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 왔다. 그러나 남북정상이 체육교류에 합의한다면 이후부터는 정부가 전면으로 나선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체육분야에서 남북이 쉽게 의견 접근이 가능한 사안은 △종목별 교환경기 △단일팀 구성 △2002월드컵 분산 개최 등이다.

▽단일팀 구성〓10월 아시안컵축구가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본선 진출이 확정됐고 북한은 예선 탈락했으나 이와 관계없이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남북단일팀 구성을 승인한 바 있다. 11월 열리는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도 예선 통과를 전제로 비슷한 경우다. 2001년 오사카세계탁구선수권 단일팀 구성은 이미 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 사례가 있어 그 가능성이 크다. 2002월드컵 단일팀 구성도 변수.

▽교환경기〓통일축구와 경평축구 부활, 통일농구의 대표간 경기 등이 꼽힌다. 대한유도회는 이미 12월에 개최되는 서울코리아컵에 북한을 초청했고 탁구협회도 8월 제주에서 열리는 동아시아호프스대회에 북한을 초청했다. 이밖에 농구협회도 올 농구대잔치에 북한팀을 초청할 예정.

▽2002월드컵 분산 개최〓한국에서 열릴 2002월드컵 32경기 중 2경기를 북한에 배정한다는 것이나 현재까지 북한은 소극적이다.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이 문제를 한국 일본자본의 북한 유치와 연계해 전격적으로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동시 입장〓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최근 남북 두 정상에 서한을 보내 동시 입장을 제안했다. 남북이 합의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기타〓육상 사이클 등 남북을 오가는 역전경주대회와 서울 사람들의 평양시내 걷기대회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북마라톤선수의 합동훈련을 여름 개마고원, 겨울 제주훈련 식으로 가질 수도 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한 핸드볼 배드민턴 양궁의 태릉선수촌 합동훈련과 북한이 강한 여자마라톤 여자유도 등의 평양 합동훈련도 가능하다.

▽정부 입장〓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체육분야의 그 어떤 것도 확정된 게 없으며 모든 것을 백지에서 출발한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특히 협상 상대인 북한의 생각을 들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협상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김화성·김상호·주성원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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