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현대투수-LG타자 「왼손들의 전쟁」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19분


초창기 마구(魔球)로 알려진 포크볼이 처음 등장한 것은 59년.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엘로이 페이스는 이 공 하나만으로 18승1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이후 슬라이더가 추가되면서 70∼80년대 프로야구는 3할타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투수의 시대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 포크볼과 슬라이더는 조그마한 허점만 보이면 쉽게 홈런과 연결되는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현대와 LG가 맞붙는 올해 한국시리즈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흥미롭다.

LG 선수들은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비록 3위에 머물렀지만 1위 현대에는 언제든지 자신이 있다고 한다.

반면 현대의 막강 오른손 선발 트리오인 정민태 정명원 위재영은 LG만 만나면 평소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움츠러들었다.

이유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들이 주로 던지는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볼 등이 국내 최강을 자랑하는 LG의 왼손 타선에는 잘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 열거한 공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왼쪽으로 휘어져 들어오기 때문에 왼손타자의 입장에선 공략하기가 쉬운 편이다.

그러고 보면 올해 한국시리즈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홈런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난타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양 감독의 용병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현대로서는 조규제 김홍집 김익재 등 왼손 투수들이 승부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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