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박찬호 20승 이상도 가능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19분


박찬호의 15승을 보면서 ‘천하의 온갖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는 노자(老子)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과정이 그랬듯 15승 달성도 기술적으로 보면 조그마한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왔다. 올해 그는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용케도 위기를 잘 극복해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술적인 면을 보자면 달라진 그의 커브볼 각도다. 요즘 그는 폭포수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볼을 던진다. 종전엔 옆으로 흐르는 커브볼을 던져 재능있고 힘좋은 타자들이 궤적을 추적하면서 때릴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다.

실제 타석에 들어서보면 강속구와 함께 예리한 커브볼을 던지는 투수들만큼 무서운 투수는 없다. 시속 1백55㎞가 넘는 강속구는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는 반면 커브볼은 한 템포 늦춰 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강속구 투수의 커브볼에 허둥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시즌 초반 기세등등했던 일본프로출신 이라부 노모 요시이 하세가와 등이 모두 결국은 박찬호보다 뒤진 성적을 남긴 것은 강속구와 예리한 커브볼없이 요령으로 던지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 아닐까.

박찬호가 이제 꿈의 20승에 도전하려면 또 하나의 작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바로 체인지업 구사를 통한 투구수 줄이기와 범타처리 능력의 향상이다. 박찬호와 함께 우리 정치도 한번 체인지업을 배워보면 어떨까. 국민이 덜 피곤하게….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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