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10년]코리아=「가고싶지 않은 나라」?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48분


1988년 9월17일. 서울올림픽의 막을 올리는 우리의 손끝은 떨렸다.

‘단군이래 최대 행사를 과연 잘 치러낼 수 있을까.’ ‘돈과 땀만 쏟아붓고 결국 세계인의 비웃음을 사는 것은 아닐까.’

1천만 인구가 밀집한 거대도시 서울에서 선수단이 교통체증에 막혀 경기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지, 외국관광객들은 한국인이 불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등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그런 걱정은 기우로 드러났다. 개막식 뿐만 아니라 경기장마다 수많은 관중들이 가득 찼지만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휴지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경기장에는 매일 수만명이 모이고 흩어졌지만 교통은 평상시보다 오히려 원활했다. 우려했던 바가지 요금도 없었다.

세계인들은 경기 결과 못지않게 질서정연하고 친절한 한국민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폐막식에서 “서울올림픽은 1백년 올림픽 역사상 가장 훌륭한 경기로 기억될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

대한체육회 오진학(吳鎭學)사무차장은 “당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여느 선진국민의 그것보다 나았다”면서 “이후 몇 년 동안 우리 선수들이 외국에 나가면 올림픽때 얻은 ‘코리아 넘버원’ 이미지 덕분에 좋은 대접을 받곤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년.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져 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식당의 불친절과 교통혼잡 때문에 ‘다시 찾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안고 김포공항을 떠나기 일쑤다.

극심한 교통난을 덜기 위해 서울시가 차량 10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90%가 넘는 시민들이 외면하는 실정이다. 표를 사지 않고 몰래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는 시민이 한 달 2만여명에 이르고 비오는 날이면 공장 뒷담으로 폐수가 쏟아진다.

서울YMCA 신종원(辛鍾元)시민사회개발부장은 “당시 형성됐던 시민의식이 지도층을 비롯한 사회전반의 혼탁 때문에 사라져버렸다”면서 “10년전의 ‘올림픽정신’으로 돌아가 질서와 양보 자신감 등을 생활화한다면 경제적 IMF뿐만 아니라 정신적 IMF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