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위기의 프로야구 「119총재」없나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16분


대통령 중심제에선 대통령, 기업체에선 사장, 교향악단에선 지휘자, 야구에선 감독의 역량에 따라 성패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성적부진 감독의 해임이 큰 뉴스거리가 아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선 이런 맛도 있어야 발전이 있고 재미가 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국내 프로야구는 그동안 쌓아온 인기와 장밋빛 계획이 총재의 잦은 자리바꿈으로 큰 곤란을 겪어 왔다. 이는 총재에 대한 선임과 해임의 권한이 사실상 구단에 없었기 때문.

이번에도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정대철총재가 구속돼 야구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정총재는 판결이 나기 전이지만 팬과 야구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제 관심은 차기 총재의 선출에 쏠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나 집권당에서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프로야구는 일대 위기상황이다. 따라서 관행처럼 돼왔던 엘리베이터식 인사는 삼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버튼만 누르면 올라가고 내려올 수 있을 만큼 여유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마치 전기공급이 중단된 30층 건물 꼭대기에 ‘야구 동자’가 갇혀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걸어서라도 올라가 구출해낼 수 있는 책임감과 능력있는 총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준비된 총재’는 아니더라도 ‘검증된 총재’를 선임하게끔 해줘야만 한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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