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황선홍,다시 난다…K리그 개막전서 재기 몸부림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49분


“입이 열개라도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프랑스월드컵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한국축구의 간판스타 ‘황새’ 황선홍(30·포항스틸러스).

주위의 눈총과 자책감에 빠져 ‘고개숙인 남자’가 됐던 그가 국내 프로축구에서 다시 일어서고있다. 그는 18일 포항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안양 LG와의 98현대컵 K리그 개막전에 출전, 재기의 몸부림을 쳤다.

이날 후반 15분 교체 멤버로 나선 그는 33분 40m를 드리블해 들어가 박태하에게 절묘하게 공을 넘겨줌으로써 승리에 쐐기를 박는 세번째골을 어시스트했다.

박성화 포항 감독은 “아직 무릎이 완전하게 낫지 않아 후반 교체멤버로 기용했지만 ‘역시 황선홍’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참패를 지켜보며 괴로운 한달을 보냈던 그는 귀국 후 외부 사람과의 접촉을 일절 끊고 부상 회복과 훈련에만 전념했다.

월드컵 직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다친 왼쪽 무릎은 많이 나았지만 지금은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

그는 “그동안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지만 이번 프랑스월드컵 기간 만큼 견디기 힘든 적은 없었다”며 “이제 큰 목표보다는 부상에서 회복해 국내팬에게 착실하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79경기에서 45골. 프로축구 63경기에서 31골 16어시스트.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 네팔전에서 9골 기록. 95년 프로축구 8경기 연속골.

각종 기록을 세우며 90년대 한국축구 최고의 골잡이로 꼽혀왔지만 중요한 고비 때마다 부상으로 인해 주저앉곤 했던 ‘비운의 사나이’ 황선홍.

그는 여전히 한국축구의 희망봉이다. 그의 재기를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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