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조 4개국 수문장 정밀분석]저마다 「거미손」

  • 입력 1998년 5월 29일 20시 33분


“뒤가 든든해야 이긴다.” 골키퍼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네차례 월드컵 출전에서 ‘뒤가 든든하지 못해’ 낭패를 본 일이 많다.

골키퍼가 골문을 비어놓은 채 뛰어나오다 어이없이 실점한 적도 있고 펀칭 미스 등으로 쉽게 골을 허용했던 것.

이 때문에 프랑스월드컵 출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한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골키퍼진 운용.

특히 이번 월드컵부터 22명의 엔트리 외에 골키퍼가 퇴장이나 부상을 당할 때는 예비 골키퍼를 언제든지 합류시킬 수 있는 조항을 새로 만들 정도로 각팀들이 골키퍼 관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한국월드컵팀 차범근감독은 순발력과 감각이 뛰어난 김병지(28)가 한국의 ‘안방’을 잘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5년 대표팀에 갓 발탁됐을 때만 해도 ‘꽁지머리’를 기르고 걸핏하면 골문을 비어놓고 성급하게 볼을 차고 나가는 등 들뜬 행동으로 신뢰를 주지 못했던 그는 지난해 ‘차범근사단’이 출범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꽁지머리를 싹둑 잘라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혔고 강도높은 훈련으로 체력을 다졌다.

1m84,77㎏의 그는 골키퍼로서 비교적 작은 키의 핸디캡을 뛰어난 순발력과 잽싼 몸놀림으로 보완하고 있다.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32경기에서 43실점.

김병지가 부진할 경우에는 서동명(24·1m94)이 대타로 나선다.그는 A매치 14경기에서 11실점을 기록중.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네덜란드 벨기에 멕시코에는 세계적인 골키퍼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 중 네덜란드의 에드윈 반 데르 사르(27)는 발군.1m97의 장신인 그가 골문 앞에 서면 볼이 들어갈 틈이 안보일 정도.

그는 98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단 4실점으로 선방했다.

벨기에의 주전 수문장인 필립 데 빌데(34)는 1m81의 비교적 단신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특기.

멕시코에는 ‘공격하는 골키퍼’ 호르헤 캄포스(32)가 있다.한 때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는 틈이 나면 곧잘 볼을 치고 나와 정확한 킥으로 패스를 하는 등 만능 재주꾼의 위력을 과시한다.

그의 키는 공식적으로 1m68.그러나 A매치에 88경기를 출전할 정도의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수비 감각이 작은 키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권순일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