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스포츠/양궁 세계선수권 전관왕]감성훈련 강화 성과

  • 입력 1997년 12월 23일 20시 25분


《한국양궁이 세계무대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것이 79년의 김진호. 이해 베를린에서 열린 제30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진호가 개인전과 단체전 정상에 올랐던 것. 그로부터 꼭 17년이 걸렸다. 한국양궁이 남녀모두 세계정상으로 대접받은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데는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걸렸다.》 올 8월18일부터 24일까지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제39회 세계선수권대회. 한국양궁의 역사는 바로 여기서 새로 쓰여졌다. 22일 김두리(전주여고)와 김경호(상무)가 개인전 우승. 이어 24일 남녀단체전 우승. 세계선수권대회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4개. 이중 3개를 딴 적은 여러차례 있었다. 91년 36회대회(폴란드)에서 여자개인과 남자개인 단체를 석권했고 93년 37회대회(터키)에서도 여자개인 단체와 남자개인, 95년 38회대회(인도네시아)에서도 남자개인 단체와 여자개인 등 3종목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때마다 양궁인들은 『실력만으로 딸 수 있는 금메달은 4개 가운데 3개』라며 『전종목 우승은 실력외에 운이 따라야 한다』고 되뇌었다. 이대로라면 올 대회에선 「천운」까지 따라준 셈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천운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2개를 따고 귀국한 뒤 열린 대한양궁협회 이사회. 분위기는 자못 심각했다. 주제는 올림픽에서의 선수들의 마음가짐. 『미국이나 유럽선수들은 활을 쏘면서도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 제스처를 쓸 정도로 여유가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잔뜩 얼어있었다』 『왜 한국선수들은 활을 들어올리자마자 바로 쏘지 못하고 자꾸 내릴까』 결론이 났다. 한국선수들이 「손 기술」은 있는데 「마음 기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어느 스포츠든 훈련의 마지막 단계는 마인드 컨트롤. 한국궁사들의 테크닉은 세계정상. 문제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 「EQ훈련」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마음의 기술을 개발하는 훈련. 선수 개개인의 「절정의 시기」를 상기시켜 당시의 슈팅자세와 마인드를 되찾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양궁협회 유홍종 회장은 『기업경영에서도 합리성의 윗자리는 창의성』이라며 『사무실을 집안처럼 꾸미면 근무분위기가 배가 되듯 선수들에게도 감성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오히려 평정을 찾는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남자단체전 러시아와의 준결승에서 마지막 엔드를 남겨놓고 2점을 지고 있는데도 한국팀 사선에서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살았던 것이 그 예.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다스려야 한다」. 한국양궁이 전종목 금메달과 함께 올해 얻은 또하나의 소득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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