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차분한 「차붐」…인기불구 들뜨지않는 처신 보여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0분


온 국민이 일희일비했던 지난 2개월간의 월드컵축구 열기. 번잡스러운 정치, 휘청거리는 경제 등으로 짜증난 국민에게 거의 유일한 즐거움을 준 것이 바로 월드컵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열기의 주인공이 바로 한국대표팀 차범근감독(44).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만큼 그가 월드컵팀을 처음 맡았을 때와 지금은 너무도 달라져 있다. 국내광고업계에서 매긴 그의 인기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뢰감을 주는 그의 이미지를 잡기 위해 내로라하는 국내기업들이 치열한 광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TV도 마찬가지. 월드컵시청률이 매번 신기록을 수립하는 가운데 지난 두달간 TV의 간판 보도프로그램인 「9시뉴스」를 거의 매일 장식했을 정도로 그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였다. 최종예선을 끝낸 지금 그에 대한 광고출연요청이 끊임없이 쇄도하고 있다. 신문 잡지의 인터뷰공세와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의 「모셔가기 경쟁」또한 치열하다. 그는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던 80년대에 이미 지금의 「박찬호 열풍」과 같은 「열병」을 앓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선수신분에다 뭐가 뭔지 잘 모른채 이곳 저곳 끌려다녔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이 「두번째 홍역」인데다 지금은 개인이 아닌 대표감독이라는 공인의 신분. 이같은 월드컵열기가 자신의 이익보다는 축구발전의 기폭제가 되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광고출연은 대표감독이 되기전의 3개에서 지금은 오히려 하나가 줄었다. 축구와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광고출연을 양보다는 질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 각종 방송출연도 가능한 한 자제키로 했다. 이미 두달간의 월드컵열기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으며 더 이상의 「쇼」는 팬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대표팀감독으로 축구협회로부터 받는 월급 및 수당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축구로 이만큼 큰 내가 이제 모든 것을 되돌려줘야 하는 곳이 바로 한국축구』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이재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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