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축구 韓-日戰 양보론-필승론「행복한 논쟁」

  • 입력 1997년 10월 27일 19시 40분


11월 1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벌어질 월드컵축구 한일전에서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이 일본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를 놓고 「행복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력으로 본선 진출이 불가능한 일본의 한가닥 희망은 한국과 카자흐(8일)를 모두 꺾고 아랍에미리트가 우즈베크(2일) 한국(8일)과의 경기에서 지거나 비기는 것. 「동반 진출론자」들은 2002년 월드컵의 공동개최국인 일본을 야박하게 탈락시키기 보다는 함께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자는 입장. 정성욱(鄭盛旭·28·회사원)씨는 『일본이 94년 미국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한국에 밀려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깝다』며 『넓은 아량으로 함께 본선에 나가는 것이 모양새가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일본에 만큼은 결코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강모씨(45·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월드컵축구 한일전은 보통의 축구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자존심의 경기』라며 『본선 진출의 확정 여부에 관계없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와 차범근 감독의 확고한 입장은 『어떤 스포츠 경기든 고의로 승부를 조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차감독은 『비록 한국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지만 상대가 일본이든 아랍에미리트든 관계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마침 한일전이 열리는 1일(토요일)부터 3일(문화의 날)까지가 연휴여서 응원단과 관광객 2만5천여명이 대거 입국할 태세다. 한일 양국의 5개 항공사는 31일과 11월1일 양일간 7대의 임시항공편을 마련해 1천5백명 가량의 응원단을 수송하는 것을 비롯, 한일전 입장권을 구입한 8천여명의 일본응원단을 실어나를 계획이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일본인들은 한국 주재 일본상사원들에게 표를 구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고 축구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일본여행사들은 31일 부산이나 제주도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한일전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패키지투어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한일전이 벌어지기 전날인 31일에만 1만여명의 일본인이 김포공항에 몰려 올해 하루평균 입국 외국인수(7천명)를 훨씬 초과할 전망인데 한일전 「반짝특수」를 맞은 국내 특급호텔 등 관광업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서울시내에서 숙박시설을 구하지 못한 일본인들은 경기 인천 등지의 호텔에까지 예약을 문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훈·정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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