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질 때도 해태답다』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1분


『해태는 질 때도 해태답게 진다』 얼마전 심판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해태 타자들은 상대 투수가 강하면 강할수록 위축되기는 커녕 더욱 공격적인 자세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한방 걸리는 날에는 제 아무리 에이스 투수라도 무너뜨릴 수 있어 도무지 「천적」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한편으로는 「모 아니면 도」의 「몰아붙이기」로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해태는 이 경우에도 얻는 것이 있다. 군더더기 없는 화끈한 풀스윙으로 이기든 지든 빨리 경기를 끝내 지루한 소모전을 피한다. 때문에 해태 선수들은 다른 팀에 비해 더 많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언제나 집중력이 높은 상태에서 다음 경기를 하게 된다. 심판들은 이것이 바로 후반기 해태가 LG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해태 선수들은 장기간의 페넌트레이스에서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극소화시켜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해태의 장점은 또 있다. 심판이 「플레이 볼」을 선언한 후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기 위해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데 투수나 타자가 필요없는 동작을 계속하면 공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심판들 사이에서도 인기구단과 기피구단이 생기는데 해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앞의 경우라는 것이다. 경기시간이 세시간을 넘어서면 팬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시간이라고 한다. 굳이 프로야구 16년사를 따질 필요없이 해태 선수들이야말로 진정한 프로들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 나혼자만의 느낌일까. 하일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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