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은 역대최고 駐日외교관』…교포들 『조국 자부심』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올들어 일본주재 한국기업이나 대사관 직원들은 업무 등으로 만나는 일본인과 자연스럽게 나눌수 있는 공통의 화젯거리가 생겼다. 「나고야(名古屋)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투수 宣銅烈(선동렬)의 활약상이다.

28일까지 시즌 28세이브포인트와 17연속 세이브포인트, 0점대 방어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선동렬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평가는 격찬 일변도다.

『그의 경기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다』고 말하는 일본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노모 히데오(野茂英雄)가 일으킨 「노모 돌풍」과 대비, 「선동렬 태풍」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주니치 본거지인 나고야 시민들의 반응은 거의 열광적이다. 홈경기에서 선동렬이 등판하면 나고야구장은 환호와 박수의 물결 속에 「오늘은 이겼다」는 안도감에 휩싸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28일 밤 경기에서 선동렬이 센트럴리그 세이브포인트 타이기록을 수립하자 일본언론들은 「코리안 특급, 17연속 세이브포인트」라는 제목과 함께 대문짝만하게 지면을 할애했다.

칭찬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뛰어난 성적이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다.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개인성적보다는 팀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동료 선수에게 공을 돌리는 매너, 전혀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동료관계와 사생활, 지난해의 성적부진과 주변의 비아냥을 극복한 강인한 의지와 정신자세 등이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외국인, 특히 비(非)서양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일본에서 선동렬은 재일교포나 기업주재원 자녀들이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효과도 낳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나 기업의 그 누구도 일본에서 해내지 못했던 일을 선동렬이 하고 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조차 수긍하듯이 그는 지금 일본땅에서 「최고의 민간외교」를 펼치고 있다.

〈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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