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특별취재반] 40대 중반에 「건강 회복」을 계기로 마라톤을 시작한 대기업 이사가 97동아국제마라톤 풀코스 부문에 참가, 자신의 최고기록인 3시간7분43초를 세우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종합금융 權安植(권안식·50·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이사. 그는 16일 오후 관중들의 시선이 온통 시상식에 집중된 경주시민운동장 본부석 앞을 지나 외롭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는 결승선에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47)의 품안으로 쓰러졌다.
이날 권이사는 지난 95년 처음으로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한 이래 내리 3년째 완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확인하곤 호흡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환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는 동아만 고집해온 그의 기록은 첫번째 완주였던 지난 95년의 3시간15분대. 그는 2년만에 기록을 8분 단축, 내년 동아대회에서는 2시간대 입성을 목표로 더욱 착실하게 훈련을 쌓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이사는 4년전 급성위궤양에 시달렸을 때 「건강을 되찾는」 방안으로 조깅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내친 김에 마라톤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일주일 평균 4,5일간 아침마다 집 부근 경희대 운동장을 돌며 체력 단련에 나섰고 덕분에 건강을 완전 회복했다. 즐기던 담배도 끊었고 직원들과의 회식자리 이외에는 술을 삼갔다.
국내에는 마라톤에 관한 전문서적을 구할 수 없어 외국서적을 주문, 마라톤이론을 익혔다. 이 때문에 늦게 시작한 마라톤이었으나 「젊고 건강한 사람도 힘들다는」 마라톤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권이사는 지난해 4월 미국 출장중에 열린 제1백회 보스턴국제마라톤대회 일반부문에 참가, 완주해낸 쾌거를 일궈냈다. 당시 보스턴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표 선수 가운데서도 완주해낸 사람이 없어 그의 완주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또 그의 보스턴대회 완주는 동아마라톤대회 참가 1개월 뒤에 이뤄진 것으로 한달 사이에 두번 완주, 「프로선수를 능가하는」 인내력을 과시했다.
그는 『어느 대회였든 30∼40㎞ 사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고비마다 그는 스스로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헛되지 않느냐』고 끊임없이 반문, 그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욕망을 억누른다고 전했다.
권이사는 동아대회가 열리기 3개월 전부터는 모든 회식자리를 피하고 체력조절에 열중한다. 또 그는 대회 개최 하루전 부인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경주로 내려와 완주하고는 쉴 틈도 없이 월요일 출근을 위해 서울로 떠난다.
그는 「다리에 힘이 남아있는 한」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