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면 매년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도로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운행하던 차량이 도로 한복판에 멈춘 모습이다. 운전자는 “이 정도는 지나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침수 구간에 진입하지만 자동차는 멈추고 만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침수구간을 통과하려다 차량은 물론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바퀴 절반만 잠겨도 ‘위험 신호’
많은 운전자는 “SUV니까 괜찮겠지”, “바퀴만 보이면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이 위험에 빠지게 만든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승용차는 수심 약 15~20cm만 넘어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바퀴 높이의 절반 정도까지 물이 차오르면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지고 조향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예상보다 강한 물살에 차량이 밀릴 가능성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만약 내 앞에 차가 있으면 앞차 머플러 쪽에 물이 얼마큼 올라오는지를 참조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내가 맨 앞차라면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차가 서서히 들어갈 때 내 바퀴에 반이 넘어가면 지나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차량을 보고 물높이를 참조할 때는 비슷한 높이의 차종인지 봐야 한다.
또한 물에 진입을 할 땐 에어컨 처럼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는 장치는 모두 끄는 것이 좋다.
만약 수심을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예 진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 엔진 완전히 못쓰게 될 수도
침수차의 가장 큰 적은 전기가 아니라 엔진이다.
물이 흡기구를 통해 엔진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 대신 물이 실린더로 유입된다. 공기는 압축되지만 물은 거의 압축되지 않기 때문에 피스톤과 커넥팅로드가 휘거나 부러지는 이른바 ‘워터 해머(Hydrolock)’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엔진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 침수차가 ‘전손’ 처리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진입시에 물 높이가 낮더라도 물결이 센 경우에는 물결이 치면서 침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뉴스1 자료사진 ● 물속에서 시동이 꺼졌다면?
침수도로를 지나던 중 차량 시동이 꺼졌다면 한두 번 시동을 시도해 볼수는 있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시동을 다시 걸려고 하는 순간 스타터모터가 엔진을 강제로 회전시키면서 이미 들어간 물이 실린더 내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
이 때는 차량을 밀어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긴급견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김 교수는 조언한다.
물이 급격히 불어나는 중간에 시동이 꺼졌다면 피하는 게 최우선이다. 빨리 차 밖으로 나와 지붕으로 올라가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주의 필요
폭우가 내릴 때마다 “전기차는 감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는 높은 방수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상 전류를 감지해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도 적용돼 있어서 단순 침수나 빗물로 감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침수시에 누전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김 교수는 “100% 안전이라는건 없다. 이중 방수가 돼 있어도 전기 에너지하고 물은 상극이기 때문에 전기차는 물을 멀리해야 한다”며 “전기차는 바퀴의 3분의 1만 물이 차도 지나가지 말고 우회도로를 찾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또한 “도로 바닥에는 과속 방지턱이 많기 때문에 배터리 부위를 치고 지나가게 되면 위험 요인이 될 수가 있다“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좀 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1 자료사진 ● 침수도로에서는 ‘용감함’보다 ‘우회’가 정답
호우로 인한 차량 사고 상당수는 침수 구간을 무리하게 통과하려다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침수 구간에서는 ▲앞차가 지나갔다고 무작정 따라가지 말 것 ▲물이 불어나는 도로는 진입하지 말 것 ▲우회할 수 있다면 우회할 것 ▲지하차도는 절대 진입하지 말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자동차는 생각보다 물에 약하다. 몇 분을 아끼려다 수천만 원의 차량 피해는 물론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장마철에는 ‘통과’보다 ‘포기’가 현명한 선택이다.
김 교수는 “일단 침수 도로는 안 건너는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특히 초행길이라면 깊이를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지나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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