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찰에 따르면 호주 국적의 20대 남성과 벨기에 국적 30대 남성은 17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3일 이른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도시철도 차량기지 내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도주했다. 이들은 부산역에서 고속철도(KTX)를 이용해 서울로 이동해 숙박하고 다음 날인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브루나이행 항공편을 타고 출국했다. 경찰은 두 명이 한국을 떠난 뒤에야 국적과 같은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 제때 출국금지를 하지 못해 공항에서 붙잡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경찰은 이들이 주도면밀해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범행 직후 폐쇄회로(CC)TV가 없는 낙동강 둔치를 걸으며 이동했고, 따로 도주했다가 합류하는 방식을 반복했다고 한다. KTX에 함께 탔으나 서울의 서로 다른 역에서 내려 추적을 어렵게 했다. 경찰은 “흐릿한 영상을 토대로 KTX 탑승 사실을 확인했으나 서울은 유동 인구가 워낙 많아 CCTV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범행 동기로는 한국의 치안 시스템을 뚫었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그리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는 점을 시민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17일 입국 후 범행까지 6일 동안의 행적도 여전히 의문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든 범인을 놓쳤다는 사실은 경찰의 오점이다. 그라피티가 아닌 강력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같은 방식으로 출국했다면, 어떤 해명도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치안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부산 경찰이지만, 최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5월 29일에는 청소년 성매수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이 외부 병원 진료 중 달아났다. 형사 3명이 화장실 칸 밖에서 대기했으나, 이 남성은 화장실과 연결된 창고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수갑은 훼손 없이 병원 밖에서 발견됐다. 헐겁게 채워졌기에 요리조리 손을 빼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재검거에 성공했으나 피의자를 놓친 것도, 그가 수갑을 풀 수 있게 한 것도 기강 해이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희 부산경찰청장은 4월 취임 때 “올바르고 강인한 스마트 부산경찰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불안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겠다고 했다. 허점 하나가 시민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 불안이 반복되면 경찰 전체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건 초동 대응 능력을 높이고 조직 기강을 다시 세우는 것이 김 청장이 취임 때 약속한 말을 증명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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