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4명 중 1명 눈감는 곳인데… 요양병원 호스피스 10년째 시범사업

  • 동아일보

[‘임종 난민’ 갈길 먼 존엄한 죽음]
요양병원, 호스피스 제공기관 제외
시범운영 10년새 3분의1로 줄어
정부, 맞춤형 호스피스 도입 추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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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밥을 잘 안 드세요. 따님한테 김 가져오라고 할까요?”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시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의 2층 호스피스 병동. 고솔지 호스피스 팀장이 환자 김영미(가명·60대) 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김 씨는 “딸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뇌까지 암이 전이된 김 씨는 1년 8개월째 이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김 씨처럼 요양병원에서 호스피스를 받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 ‘입원형’, ‘가정형’ 호스피스와 달리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운영은 10년 동안 시범사업 형태로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참여하는 요양병원이 갈수록 줄고 있다.

● 요양병원 호스피스, 10년간 시범사업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5개 병원이 ‘요양병원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며 총병상은 56개에 불과하다. 이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2016년 14개 병원, 179개 병상에서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규모다. 당초 복지부는 2018년 2월부터 요양병원 호스피스를 본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질 낮은 요양병원이 진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범사업만 연장해 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호스피스는 여전히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 현장에선 늘어나는 호스피스 수요를 충족하려면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간 사망자의 약 25%가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로 임종기 환자의 의존도가 높은데, 정작 요양병원은 호스피스 제공 기관에서 제외돼 이들이 완화의료를 받으며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원광효도요양병원에는 인근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말기 암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받기 위해 옮겨 오는 사례가 많다. 고 팀장은 “호스피스 병상이 없어 일주일씩 대기하는 이들도 있다”며 “일부는 대기 중 자택이나 요양병원 일반 병실에서 사망한다”고 전했다.

● “호스피스 전담 인력 구하기 쉽지 않아”

복지부는 현재 요양병원의 특성에 맞는 호스피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장재원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요양병원은 일반 병원과는 다른 모델로 호스피스 기준을 세우고 건강보험 수가 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라며 “일반 의료기관에 호스피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호스피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료진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고민이다. 지금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당직 한의사를 고용하는 요양병원이 적지 않다. 고 팀장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전문교육 수료 조건을 충족해야 해 채용이 쉽지 않다”며 “죽음을 자주 접하는 호스피스는 스트레스가 심해 퇴사율도 높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20년 넘게 요양병원을 운영해 온 한 병원장은 “특히 지방은 인력을 구하기가 더 힘들다”며 “인력 기준 등을 완화한 요양병원 맞춤형 호스피스 모델을 만들어야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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