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국제학교 전수조사 “최악땐 폐쇄”

  • 동아일보

수천만원 학비에도 부실 교육 횡행
130곳 추산… 인가받은 곳 7곳뿐
본래 목적 따라 ‘학원’으로 운영해야
문제 시정 안되면 수사 의뢰 방침

《비인가 국제학교 전수조사

최근 학부모들 사이에서 조기 유학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일명 ‘비인가 국제학교’가 인기 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비인가 국제학교만 130곳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다수가 학원으로 등록한 뒤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불법 교육시설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이들 시설에 칼을 빼들었다. 시정 조치가 없으면 고발하거나 폐쇄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2021년 부산 해운대구에 설립된 한 ‘비인가 국제학교’는 미국 학제상 3∼9학년(한국의 초중학교)에 해당되는 학생을 모집했다. 영어, 수학, 과학, 역사 등 미국의 교과 과정을 그대로 표방했고, 12학년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면 미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홍보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법원은 “정식으로 인가받지 않고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시설 대표에게 벌금 1000만 원의 처분을 내렸다. 이곳은 지금도 ‘세계 명문대 입학 지원 가능’이라고 안내하며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가 법의 사각지대를 틈타 서울 강남은 물론이고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비인가 국제학교가 본래 목적에 맞게 학원 형태로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고발, 수사 의뢰에 이어 시설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 정식 허가 받은 국제학교는 7곳뿐

교육부는 29일 비인가 국제학교를 포함해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비인가 국제학교 등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이번 단속 대상에 전국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 200여 곳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130곳 정도가 비인가 국제학교로 추산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 설립 인가를 받지 않으면 학교나 비슷한 이름을 사용할 수 없으며, 학교와 비슷한 형태로 교과 과정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현재 국내에서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국제학교는 제주, 대구, 인천 송도 등에 있는 7곳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정식 인가를 받지 않고 학원으로 등록한 뒤 ‘국제학교’, ‘OO스쿨’, ‘대안학교’ 같은 이름을 내걸고 운영되는 불법 교육시설이다. 상당수가 미국·영국식 학제와 커리큘럼을 따와 정식 국제학교처럼 홍보하고 있다. 영어, 수학, 과학 등이 포함된 전일제 교육과정은 물론 학년제까지 운영한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국내 대학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피할 대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영어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게 루트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 법 사각지대, 비인가 학교 ‘철퇴’

하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연간 수천만 원의 학비를 받으면서도 부실 교육, 갑작스러운 폐업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회화 지도사로 등록된 외국인만 고용할 수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과목마다 교사 수준이 ‘복불복’이라 좋은 교사가 걸리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2024년 6월 인천의 한 비인가 국제학교는 수억 원의 등록금을 챙긴 뒤 갑자기 문을 닫기도 했다. 해당 학교 이사장은 사기 혐의로 붙잡혔지만 갈 곳을 잃은 학생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었다.

교육부는 해당 시설들이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위반사항을 고지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할 계획이다. 또 미인가 교육시설이 폐쇄명령을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도입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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