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 터미널에 ‘동행 파트너’
자원봉사자가 발권-결제 도와
야간-주말-기차역에 확대 검토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도
27일 오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무인 발권기 앞에서 주황색 조끼를 입은 ‘디지털 동행파트너’ 자원봉사자가 어르신에게 발권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천천히 하셔도 괜찮아요. 여기 누르시면 됩니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무인 발권기 앞에 승차권을 끊기 위해 선 이대덕 씨(60)가 몇 차례 버튼을 눌렀다 지우기를 반복하자 주황색 조끼를 입은 ‘디지털 동행파트너’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봉사자는 발권 과정을 하나씩 직접 눌러 보이며 안내했다. 이 씨는 “도움이 없었으면 혼자 발권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직접 보여주며 설명해주니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3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4대 고속버스터미널(고속·센트럴·동서울·남부)에서 ‘디지털 동행파트너’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 자원봉사자가 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을 직접 돕는 사업이다.
● 교통 거점서 디지털 약자 지원
최근 3년 사이 전국적으로 무인 주문기기(키오스크) 보급이 약 2.5배 늘면서 터미널과 역사, 식당 등 생활 공간의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고령층과 장애인 등 일부 시민에게는 새로운 이용 장벽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역시 고령층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이나 발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속버스터미널 동행파트너는 월 160명 규모로 운영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개 시간대로 나뉘어 한 시간대당 4명이 터미널 내 무인 발권기 주변에서 시민을 돕는다.
이들은 발권기 앞에서 망설이거나 결제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발견하면 먼저 다가가 예매부터 발권까지 전 과정을 일대일로 지원한다. 단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절차를 끝까지 안내한다. 동행파트너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날 파트너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오재호 씨(28)는 “사회봉사 활동을 찾다가 참여하게 됐는데 하루에도 100명 넘는 시민을 돕고 있다”며 “외국인이나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단순히 기기 사용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 문화 개선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이 진행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발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노약자 등이 눈치를 보지 않도록 배려 문화를 확산하는 취지다.
● 서울역·용산역 확대 검토
서울시는 사업 성과를 검토해 본사업 시 운영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28일부터 봉사자들에게 수동 계수기를 지급해 지원 인원을 집계하고, 4월 한 달간은 ‘집중 현장 소통 기간’을 운영해 자원봉사자 의견을 수렴하며 활동 동선과 안내 방식을 보완하고 있다. 4월부터 7월까지의 운영 결과를 분석해 서울역과 용산역 등 주요 기차역까지 범위를 넓히거나 참여 인원을 늘리고 주말·야간 등 운영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이밖에도 복지관 등에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맡는 ‘디지털 안내사’ 등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인화 환경 속에서 디지털 약자가 이동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현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술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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