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원청, 교섭거부로 갈등 방치”
정부는 “법외노조라 중재 어려워”
특고직의 교섭 요구 더 거세질듯
“노란봉투법 규정 모호해 혼란 키워”
“교섭 회피 CU 규탄” 21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서울 강남구 본사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정부와 자본에 희생의 책임을 묻고 화물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남 진주시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사망 사고를 두고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적용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양대 노총은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며 사태를 방관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단체교섭 의무를 놓고 화물연대와 사용자는 물론이고 정부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모호한 노란봉투법이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서 민노총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에게도 집단 교섭과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며 교섭권 확대 필요성을 시사하며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험설계사,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 “노동자성 불명확” vs “교섭 회피 방관한 정부 책임”
고용노동부는 20일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화물기사는 운송업체와 개별 계약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교섭을 보장하는 노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21일 경남경찰청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의 핵심은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며 갈등을 방치한 데 있다. 화물노동자는 운임과 물량, 노동 조건이 원청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동부가 이들을 소상공인으로 규정하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교섭 구조가 부재한 노동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교섭을 회피한 사업주와 이를 방관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 특고 노동자 교섭 요구 거세질 듯
이번 사태를 두고 사용자와 근로자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의 규정이 모호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가 있다면 계약 관계가 없어도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를 근거로 CU 측에 “실제 업무 지휘·관리는 BGF리테일과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가 한다”며 1월부터 총 7차례 교섭을 요구했다. 반면 BGF리테일은 “배송기사는 개별 물류센터와 계약한 형태여서 직접 고용관계가 없다”며 교섭 의무를 부인해 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법 규정을 명확히 했어야 하는데 법을 졸속으로 만든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시행령 등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가 “화물연대는 설립 신고를 거친 공식 노조가 아니고, 개인사업자가 모인 ‘법외노조’여서 중재하기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다가 사고가 터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20일 밤 10시 15분경 사고 현장을 찾아 “이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청을 향한 특고직의 교섭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노조가 없던 곳도 새로 노조를 만드는 등 각 분야에서 교섭 요구가 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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