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거리가 되나” 판사도 비판한 ‘3만원 옷 절도 사건’ 2심도 무죄

  • 동아일보

제주지방법원.ⓒ 뉴스1
제주지방법원.ⓒ 뉴스1
“3만 원 (어치 옷 절도) 사건인데 무죄 나왔다고 이걸 항소심까지 해야겠어요?”
지난달 21일 열린 지체장애인 김모 씨(50대·여)의 절도 방조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 오창훈 부장판사는 검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달 12일 제주지법은 3만 원 상당의 옷을 훔친 지인을 도운 혐의로 항소심에 기소된 김 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씨는 2024년 6월 27일 낮 12시 44분경 제주 서귀포시의 한 옷 가게에서 심한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지인 박모 씨가 옷 6벌을 훔칠 당시 옷을 숨길 검은색 비닐봉지를 건네고 주변에서 망을 본 혐의를 받았다. 6벌의 가격은 모두 합쳐 3만 원 상당이었다. 검찰은 두 사람이 합동해 절도를 저질렀다고 보고 김 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상 2명 이상이 함께 절도를 저지르면 특수절도에 해당한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4일 사망해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검은색 비닐봉지에는 박 씨의 약봉지가 들어 있었다. 박 씨가 약봉지를 달라고 해서 건네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씨 역시 생전 경찰 조사에서 “신경안정제를 너무 많이 먹어 옷을 훔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을 뿐, 김 씨와 범행을 공모했다는 취지의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박 씨의 요구로 약봉지를 건네줬다는 사정만으로 범행을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김 씨가 훔친 옷을 나눠 가졌다거나 그 범행으로 이익을 취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혐의를 특수절도에서 절도 방조로 변경했다. 검찰 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원칙대로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냉담했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이게 기소 거리가 되겠나”라며 검찰의 기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2일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에서 제시한 CCTV 영상을 보면 김 씨가 매장 안을 바라보긴 했지만, 박 씨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며 “김 씨가 박 씨의 범행을 알았더라도 친한 지인인 데다 장애를 앓고 있어 범행을 중단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을 마친 뒤 김 씨는 본보와 만나 “이제 법원이라면 끔찍하다. 1년 6개월 넘게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 했다”며 “검찰이 또 상고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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