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의견’ 빠진 교권 보호 대책… 현장 이해 없으면 교권 회복도 없다[기고/강주호]

  • 동아일보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권은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을 위해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권리이자 권한이다. 따라서 교권 회복은 단순한 사후 수습 대책이 아니라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을 진단하고 사전에 제거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교권 회복을 국정과제로 내걸었고 최교진 교육부 장관 역시 취임 당시 교권 보호를 1순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보호 방안은 현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핵심 과제는 빠진 채 땜질식 처방만 나열돼 있어 학교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교원은 별로 없다.

현장에서는 교육부를 ‘교육방해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나친 표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학교에 자율성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떠넘기니 교권이 무너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교육 정책은 발표로 끝나지 않는다. 교실에서 학생과 마주하며 실천하는 교사가 정책을 완성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교원을 동반자로 존중하기보다 정책 이행자로만 대하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2023년 10월 교권 회복 간담회를 앞둔 사전 모임에서 들었던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잊을 수 없다. 학교폭력의 사법·행정 업무는 학교전담경찰관(SPO) 등 전문 인력이 처리하고 교사는 교육적 해결과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더니 ‘교권과 학교폭력이 무슨 상관이냐’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에서 매일 맞물려 터지는 문제인데 교육부의 현장 이해도가 이렇다.

고교학점제도 다르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시행 이전부터 예상되는 부작용을 경고해 왔다. 준비 없는 도입은 학교를 흔들고 교사와 학생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교육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시행 이후 혼란 속에서 여론이 악화되자 부족한 개선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현장의 경고는 외면하고, 문제가 터지면 땜질하며, 여론이 나빠지면 뒤늦게 미봉책을 내놓는 교육당국의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인 의견 수렴만 반복하면 ‘소 귀에 경 읽기’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생님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귀를 열고 현장을 겸손하게 바라봐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교육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설익은 입법과 정책은 교권 추락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는 학교의 일상이 됐고 현장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씁쓸한 말이 퍼져 있다. 교사가 움츠러드는 순간 공교육은 살아날 수 없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싶고, 아이들은 배우고 싶어 한다. 현장의 요구는 단순하다. 교사가 마음껏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정상화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에 묻고 싶다. 학교 현장이 큰 혼란에 빠진 상황을 몰라서 이런 대책을 내놓는 것인가, 아니면 교권 보호를 실행할 의지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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