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다세대주택을 중개할 땐 중개 대상이 아닌 다른 호실과의 권리관계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서울 영등포구 한 다세대주택 세입자들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사건은 2022년 다세대주택 23개 호실이 무더기로 경매로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이 다세대주택은 한 개인이 지어 23개 호실을 소유해 왔고, 이를 공동담보로 한 18억 원짜리 공동근저당도 설정된 상태였다. 매각 이후 우선 변제 순위를 인정받아 돈을 받아 간 20여 명의 임차인과 달리, 2개 호실 임차인들은 각각 보증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하거나 절반가량인 2500만 원만 돌려받았다.
이에 이들은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 씨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를 게을리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A 씨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점만 알렸고 다른 호실과 함께 묶인 공동근저당인 점, 선순위 권리 등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쟁점은 공인중개사가 다세대주택을 중개할 때 중개대상물이 아닌 다른 호실과의 권리관계까지 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는지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소유권 대상인 다가구주택과 달리 다세대주택은 세대별로 별도의 소유권 대상이다.
원심은 다세대주택이 공인중개사가 다른 세대의 임대차 현황을 확인해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공인중개사는 임차 의뢰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성실히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호실에 상당수 임차인이 있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호실별 임대 여부, 임대차보증금과 임대차 시기 등에 관한 자료를 확인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다세대주택 공동저당과 관련해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대법원의 첫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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