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차량에…교통사고 수습하던 29년 베테랑 경찰관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4일 13시 49분


서해안고속도로 고창JC 인근서 SUV가 현장 덮쳐
30대 견인차 기사도 참변, 구급대원 등 9명 부상
경광등·불꽃신호기 켜져 있었지만 ‘쾅’

사고 현장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사고 현장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던 경찰관과 견인차 기사가 졸음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4일 전북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7분경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전북 고창 분기점(JC) 인근에서 차량 2대가 부딪혔다. 1차로에 서 있던 음주운전 차량을 뒤따르던 다른 차량이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이승철 경감(55)은 동료와 함께 현장에 도착해 사고를 조사했다. 때마침 도착한 견인 차량과 119구급대원도 사고 수습과 부상자 후송을 도왔다.

사고 현장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사고 현장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사고 수습과 부상자 후송을 준비하던 1시 23분경 뒤쪽에서 달려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1차 사고 현장을 덮쳤다. 당시 현장에는 사고를 알리는 불꽃 신호기와 경광등이 켜져 있었다.

이 사고로 이 경감과 30대 견인차 기사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또 구급대원 2명과 38세 SUV 운전자, 그의 가족 4명, 1차 사고 당시 각각의 차량에 타고 있던 탑승자 등 모두 9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대원 2명 가운데 1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 구급대원은 환자의 짐을 챙기기 위해 차량에 접근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SUV 운전자는 경찰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졸음운전을 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1차로에서 사고 수습이 진행되고 있고, 1차로와 갓길에는 경광등 등이 켜져 있지만 SUV 승용차는 멈추지 않았다. 경찰은 SUV 운전자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현장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사고 현장 모습. 전북소방본부 제공
숨진 이 경감의 비보에 경찰 조직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1997년 순경으로 임용된 고인은 전북경찰청 홍보담당관실과 감사계 등을 거친 29년 차 베테랑으로, 평소 성실함과 투철한 책임감으로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지난 2024년 경감으로 승진하며 고속도로순찰대로 자리를 옮긴 고인은 도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고속도로 위를 지켜왔다. 한 동료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동료들을 챙기던 분이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시민을 위해 헌신하다 떠난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회상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전북경찰청장장(葬)으로 치러진다. 전북경찰청은 6일 청사 1층 온고을홀에서 고인의 영결식을 거행한다. 유족으로는 배우자와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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