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은행 직원을 사칭해 수천만원을 가로채려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경찰청’에는 ‘경찰 3명이 사복차림으로 거리에 나온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6일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기존 대출이 불법대출이니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실제 통화 음성에는 조직원들이 A씨에게 “금감원이라든지 경찰에 신고를 하시면 고객님께서는 불법대출에 연루가 되실 거고,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아직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기 때문에 웬만하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 절대로 먼저 발설을 하시면 안 된다”고 협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어 “만약 발설을 하셨다가 신고가 들어가게 되면 큰일난다. 은행에서도 (출금 시) 잘 얘기하셔야 한다. 심하게는 경찰까지 오는 상황도 있다고 하던데 사업자금이라든지, 이사자금이라든지 잘 돌려서 얘기하면 될 것 같다”고 지시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통화가 잠시 끊긴 틈을 타 즉시 112에 신고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같아서 전화했다”며 “대출 관련 전화인데 돈을 사람이 직접 나와서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사복으로 갈아입고 현금 전달이 이뤄질 장소로 이동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전둔산경찰서 둔산지구대 이강은 순경은 “수거책을 ‘반드시 검거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며 “조장님, 팀장님과 상의해 사복으로 환복했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출동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접선 장소인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A씨와 수거책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며 잠복했다. 당시 A씨와 전화를 하던 보이스피싱범은 현금을 건네받을 남성의 신원을 설명하며 끝까지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더구나 “수거책이 오래 기다리지 않았냐”며 A씨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뻔뻔한 모습도 보였다.
이후 주변을 살피며 쇼핑백에서 돈을 꺼내던 A씨가 수거책에게 현금을 건네려는 순간, 세 명의 경찰이 달려들어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순경은 “(수거책이) 몰랐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2000만원이 넘는 현금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범죄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범이 요구한 금액은 2450만원이었다고 한다.
수거책은 “고액알바로 시작했다. 돈이 필요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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