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게 식은 도시락, 식당 대기 1시간은 기본”…APEC 현장 경찰관 ‘부글부글’

  • 뉴스1
  • 입력 2025년 11월 1일 07시 18분


현장과 너무 먼 숙소…“숙소까지 거리 1시간 이상”
경북청 “상황 인지, 최대한 보완할 것”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 도착한 가운데 30일 오후 숙소로 알려진 경주 코오롱호텔 인근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5.10.30 뉴스1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 도착한 가운데 30일 오후 숙소로 알려진 경주 코오롱호텔 인근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5.10.30 뉴스1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경주에 전국 경찰력이 대규모 투입된 가운데,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 사이에서 다양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기한이 임박한 샌드위치나 식은 도시락이 제공되고, 원대에 복귀한 이후 휴식 없이 주간 근무에 들어가야 하는 등의 불만이다. 경북경찰청은 자체 콜센터를 운영하고 실시간으로 불만 사항 등을 접수하고 보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 식은 도시락…그마저도 못 먹고 현장 투입되기도”

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APEC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들의 불만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들은 모두 근무 시간 및 형태, 부실한 숙소와 식사 등을 지적하고 있다. 차갑게 식은 도시락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샌드위치를 식사로 받게 되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더라도 점심·저녁 시간에 사람이 몰리면서 1시간 이상 대기하다 결국 식사를 못하고 근무에 투입됐다고 한다. 또한 숙소는 현장과 너무 멀어 이동 시간이 상당하고, 휴게 시간에는 좁은 버스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불만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서울 모 경찰서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A 씨는 “최소 새벽 5시 전엔 숙소에서 일어나 근무지로 이동하고, 근무가 끝나 숙소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넘는다”며 “다음날 근무 교대를 위해 다시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야 하고, 식사는 3끼 도시락”이라고 했다.

이어 “도시락은 배송이 늦어 추운 날씨에 다 식어서 도착했고, 그마저도 못 먹고 근무에 투입된 직원들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도시락을 받았다”며 “식당에서 식사할 땐 보문단지 일대 식당 대기시간이 기본 2시간이어서 점심시간을 놓친 직원들은 다시 근무 교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도 경주에 내려간 직원들은 수많은 불편을 인내면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휴게공간까지 몇 킬로를 걸어도 근무시간에 늦을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라고 했다.

A 씨는 “이 글을 올리고 경북청에서 바로 답변을 줬다”며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선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게시물 이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슷한 취지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B 씨는 “배정된 숙소에 도착하니 아직 숙소비가 입금되지 않았다며 입실을 못 한다고 해서 겨우 숙소를 구했다”며 “식사 장소에 도착해서 배식까지 23분이 걸렸고, 결국 교대 시간에 쫓긴 직원들은 사비로 햄버거 등을 사 먹고 근무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비 근무자들은 24시간 일하고 24시간의 쉼이 보장되지만, 일근 근무자(6시~24시)들은 숙소에 들어가 눈만 붙이고 다시 나와야 한다”며 “심지어 부책서는 관리 경력이 어떤 근무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국가 행사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경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근무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청 소속이라고 밝힌 C 씨는 “교육이 끝나고 좁은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넘게 달려 경북 경산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고, 다음 날 아침 식사할 시간이 없으니 교육을 받고 근무를 서라고 했다”며 “휴게시간에는 좁디좁은 버스에서 대기했다”고 했다.

이어 “경주에서 인천까지 돌아가는 시간은 APEC 시간 외 근무 수당으로도 받을 수 없고, 곧바로 다음날 주간 근무에 투입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번 APEC에 동원된 인원에 대한 초과수당을 두고도 불만이 많다.

D 씨는 “8시간 근무마다 1시간씩 공제한다고 하는데, 제시간에 도시락을 받아 여유 있게 먹은 적이 없다”며 “숙소도 행사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동시간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숙소와 도시락, 근무 형태 등 열악한 게 너무도 많지만 초과수당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잉여 인력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청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동적인 행사 일정으로 인해 경력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행사장 인근 및 경주 시내에 경력을 모두 수용할 만한 숙소와 식당이 부족하고, APEC에 참여한 정상 일정 등에 변동이 커 숙소 및 식당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북청 “자체 콜센터 운영, 현장 개선 노력할 것”

경북청은 APEC 일정이 끝날 때까지 복지지원팀을 통해 자체 콜센터를 운영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개선을 위해 실시간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북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또 불만 사항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며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0일부터 행사장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행사 시작 3일 전인 지난달 28일부터는 경북청과 부산청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가용 경력을 최대한 동원하는 등 단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갑호비상은 치안 사태가 악화하는 등 비상 상황 시 발령하는 경찰 비상 업무 체계로,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근무다. 경찰 비상업무 규칙에 따르면 갑호비상이 발령되면 △연가 중지 및 가용 경력 100%까지 동원 가능 △지휘관과 참모 정착 근무 원칙 등이 적용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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