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에 가담했다가 국내로 송환돼 경기북부경찰청의 구속 수사를 받은 피의자 11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된 피의자 15명 가운데 11명을 28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조건만남 등을 빙자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범죄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 투올코욱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한 이들은 서로를 ‘TK(투올코욱의 약자)파’로 불렀으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30여 명 규모의 조직에 속해 활동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건 만남 광고를 올리는 홍보팀, 피해자를 유인해 금전을 편취하는 로맨스 2개 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가입비’ 명목으로 돈을 빼앗기 위해 위한 자체 사이트를 제작해 운영하기도 했다.
조직원들은 가명을 사용하고, 근무 중에는 휴대전화 사용이나 사진 촬영이 금지됐다. 야간에는 커튼을 쳐 외부 노출을 차단하고 부서 간 업무 내용도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엄격한 보안 통제도 이루어졌다. 다만 조직원들 사이 감금이나 폭력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SNS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뒤, 자체 개발한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만든 가상 여성 사진을 활용해 피해자를 속였으며 가입비 명목으로 1인당 최대 2억10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36명, 피해 금액은 약 16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프놈펜 투올코욱 지역의 13층 건물에서 2인 1조로 합숙하며 범행을 이어오다, 지난해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속 지역의 7층 건물로 옮겨 범행을 계속해왔다. 그러다 9월 15일 현지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일부 피의자들은 총책이 현지 기관에 로비해 석방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믿고 한국 대사관의 귀국 권유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지에서 압수된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공범 관계와 범행 전반을 파악 중이며,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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