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멸망 미리 조문하노라”…안중근 국보급 유묵 115년만에 돌아온다

  • 동아일보

경기도, ‘長歎一聲 先弔日本’‘獨立’ 2점
광복 80주년 기념해 비공개 반환 추진
우선 구매 협약서 확보해 협상 진행 중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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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하노라’(長歎一聲 先弔日本)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 수감 당시 쓴 것으로 알려진 국보급 유묵(붓글씨)의 글귀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경기도가 이 글귀와 ‘독립(獨立)’ 등 2점을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를 통해 비공개 국내 귀환을 추진했다. 이 중 ‘장탄일성 선조일본’을 최근 115년 만에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현재 경기도와 일본 소장자의 협상을 중재한 민간 탐사팀이 보관 중이다. 나머지 작품인 ‘독립’은 아직 일본에 있다.

다만, 두 유묵 모두 경기도와 광복회 경기도지부가 우선 구매 협약서를 확보해 협상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가 일본 소장자와의 협상을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약 20년 전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2점을 처음 발견한 민간 탐사팀에게서 일본 측 소장자의 국내 반환 의사를 확인하고, 귀환을 추진했다.

두 유묵은 항일 정신이 직접 투영된 작품으로, 국보급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60여 점인데 이 중 31점만 보물로 지정됐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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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가 1910년 2월, 뤼순 감옥에서 쓴 ‘독립’(가로 31.5㎝ 세로 66㎝)은 당시 일본인 간수에게 건넨 글귀다. “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는다”라는 굳은 신념을 담았다. 현재 교토 류코쿠대학이 일본인 간수의 후손으로부터 위탁받아 보관 중이다. 2000년 일본 아사히 신문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국내 전시가 몇 차례 있었으나 아직 완전한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장탄일성 선조일본’(가로 135.5㎝ 세로 41.5㎝)은 안 의사가 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하는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의 고위 관료에게 건넸고, 그 관료의 후손이 100여 년을 보관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었던 안 의사의 기개와 역사관, 세계관이 담긴 작품으로,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다.

두 유묵은 항일 투쟁의 결정체이자 안 의사의 동양 평화 사상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오랜 기간 일본에 남아 있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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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안중근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와 가까운 DMZ 지역에 ‘안중근 평화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평화센터는 안중근 기념 사업과 추가 유묵 발굴 수집, 동아시아 평화 교류를 위한 연구 및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경기도 대변인실은 “김동연 지사의 강한 의지에 따라 앞으로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협력해 유묵 귀환을 반드시 성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귀환이 무산되면 작품이 개인 소장자나 해외 수집가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공공의 역사 자산이 영원히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귀환 프로젝트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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