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0일 아이 사망…옆에서 잠든 아버지 과실치사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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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반동에 몸 뒤집혔을 가능성…과실 인정 어렵다”

광주지방법원./뉴스1
광주지방법원./뉴스1
생후 3개월이 안 된 아이가 뒤집어져 숨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광주 주거지에서 생후 80여일 된 아이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아이에게 분유를 먹인 후 같은 매트리스 위에서 함께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잠에서 깬 부모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은 것을 확인 119에 신고했다.

119가 출동했을 당시 아이가 누웠던 자리에는 분유를 토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평소 아이는 역류방지쿠션에서 생활했는데 하필이면 푹신한 매트리스를 구매해 처음으로 아이를 재운 당일 사고가 난 것이었다.

수사 기관은 A 씨가 술에 취해 아이를 소홀히 돌보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혜선 부장판사는 “매트리스 반동으로 아이의 몸이 뒤집어졌을 가능성 등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사망 경위에 따라 피고인의 과실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취한 상태에서 100일이 안 된 아이와 잠을 잔 것에 대해 윤리적, 도덕적 비난이 가능함은 별론으로 하고 신생아를 키우는 가정에서 부모가 음주하는 것 자체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깨어 아이를 지켜보지 않았다거나 아이의 사망 과정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과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과실을 인정한다 해도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어 “민법은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완벽에 이르는 주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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