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양자기술 등 최근 주목받는 첨단기술 테마를 악용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식 시세를 조종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일당 중에는 가수 이승기의 장인이자 배우 견미리의 남편인 이모 씨(58)도 포함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1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씨 등 8명을 구속하는 등 총 1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직 검찰 수사관인 A 씨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주범인 이인광 에스모 회장의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주도했다.
일당은 코스닥 상장사 3곳이 첨단기술 관련 ‘펄’(주가부양사업)을 추진한다고 속이는 등 투자자들을 유인해 주가를 끌어올려 총 14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먼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중앙첨단소재에 시세조종 주문을 반복해 주가를 주당 490원에서 5850원까지 10배 이상 끌어올렸다.
1차 주가조작에 나섰던 일부 피고인들은 이후 2차 범행에 나섰다. 양자기술 관련 기업인 퀀타피아의 주가를 올리기 위한 시세조종 주문을 넣는 동시에 ‘1000억 원 상당의 투자가 확정됐다’는 허위 투자확약서를 공시해 주가를 부풀려 총 60억여 원을 가로챘다.
이 같은 2차 주가조작 범행 과정에서 이승기 장인 이 씨는 퀀타피아의 거래가 정지된 지난해 2월 A 씨를 통해 거래 정지를 해결해 주겠다며 착수금 3000만 원을 받고, 성공 보수로 10억 원을 약속받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그는 당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상황임에도 범행에 가담했다. 이 씨는 이 시기 2014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보타바이오 주가를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조작해 23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이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은 올해 1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바 있다.
2차 주가조작 과정에서 주식 거래정지로 금전적 손실을 본 피고인들은 이를 만회하고자 3차 범행을 실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유심 제조업체 엑스큐어의 인공지능(AI) 로봇 사업 추진이 불투명했음에도 확정적이라는 취지로 소문을 퍼뜨린 뒤 시세조종성 주문을 넣어 주가를 올렸다. 이 씨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1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범 중 일부는 2차 주가조작 관련 수사가 개시되고 주식 거래가 정지되자 경찰 출신 브로커를 이용해 수사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저축은행장 출신 브로커와 결탁해 한국거래소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세조종 수급 세력이 주가조작 범행을 연이어 저지른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 수사역량을 발휘해 금융·증권 범죄를 엄단해 개미투자자를 약탈하는 주가조작꾼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원칙이 자본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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