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65)를 둘러싼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의혹은 전 씨 개인을 넘어 전 씨네 일가족과 측근,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연관성으로 뻗어가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전 씨의 처남이자 일명 ‘찰리’로 불리는 김모 씨(56) 역시 이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 씨가 김 씨 몫으로 대통령실에 넣어줬다고 언급한 신모 행정관은 조만간 단행될 대통령실 승진 인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김 씨가 대통령실 인사 청탁을 포함해 전 씨 관련 의혹에 연루된 단서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이 확보한 전 씨 부녀 간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2022년 7월 전 씨의 딸 전모 씨는 전 씨에게 “아빠,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실로 공문 발송했다고 합니다. 어제 통화한 행정관이랑 소통하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약 두 달이 지난 때였다.
이에 전 씨는 “직접 소통하면 돼. 신 행정관은 찰리 몫으로 들어간, 찰리가 관리하는데 언제든지 쓸 수 있어”라고 답했다. 전 씨가 당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이를 신 행정관을 통해 성사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찰리’는 전 씨의 처남 김 씨의 별칭이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딸 전 씨 역시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와 2022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윤석열 캠프)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문자 내역을 바탕으로 전 씨와 김 씨가 인사 청탁 등을 통해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전 씨는 신 행정관과 아는 사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전 씨는 “신 씨는 아는 사람은 맞는데 부탁한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씨와 김 씨가 대선 때 일을 했다. 그래서 둘이 친하니까 둘이 잘 통하니까 언제든지 삼촌(신 씨)한테 부탁해도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신 행정관은 2022년 대통령 선거 직후 대통령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신 행정관을 조만간 있을 승진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씨의 석연치 않은 휴대전화 분실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김 씨가 올해 초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 전 씨가 2018년 지방선거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기 이틀 전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올 1월 8일 김 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김 씨는 이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에 대해서 “2024년 12월 31일 속초로 갔다가 (1월 1일) 해돋이를 촬영하던 중 인파에 밀려 바다에 빠뜨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통화 내역 발신기지국 등을 바탕으로 김 씨가 속초로 이동한 것은 맞지만, 기존에 사용 중이던 휴대전화 분실 없이 거주지로 복귀했다고 보고 있다. 전 씨의 처남인 김 씨를 둘러싼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 국면 당시에도 김 씨는 윤 전 대통령(당시 후보)이 현충원을 방문했을 때 현장을 통제하거나 이동 경로를 안내하는 모습이 포착돼 ‘대통령 후보 밀착 경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 김 여사와 연결고리부터 돈다발까지
검찰은 전 씨의 금품 수수 정황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전 씨가 통일교 전 고위 간부로부터 김 여사에게 전달할 선물 명목으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해당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전 씨의 주거지에서 확보한 5만 원권 3000장, 총 1억5000만 원 상당의 현금다발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 현금은 ‘한국은행’이라고 적힌 비닐 포장에 담겨 있었고, 포장 일자는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뒤인 2022년 5월 13일로 표시돼 있었다. 검찰은 자금의 출처와 용도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전 씨 배우자 명의 계좌를 통해 약 6억4395만 원에 이르는 수상한 자금 흐름도 포착했다. 전 씨는 “기도비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청탁이 실패했을 경우 돈을 돌려준 정황 등을 근거로 대가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대면조사 과정에서 “의뢰자 요청대로 부처님이나 신령님에게 기도를 드렸는데 왜 돈을 돌려주냐”고 묻자 전 씨는 “그거야 상대방 생각이 다른 점도 좀 있다. 검사님은 이런 세계를 이해 못 해서 그런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빌던 집안에 있으면 그 사람들은 기도 안 하면 못 산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살피며 추가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