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文, 前사위 취업-이주에 靑특감반-민정비서관까지 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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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前대통령 ‘뇌물 혐의’ 불구속 기소
“文, 사위 급여 가장해 손자 학비 지원… 靑관계자, 딸 부부에 학교정보 등 전달”
檢, 박근혜 판례 근거로 ‘뇌물’ 적용… 이재명 “정치 검찰, 소설가로 바뀌어”

검찰은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그의 전 사위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항공사 채용을 “부당한 특혜 채용이자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못박았다.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정치적 혜택을 제공했다는 취지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기소된 것은 처음이며, 역대 대통령 중 여섯 번째다.

● 檢, “文, 손자 학비 등 지원… 급여로 가장”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딸 부부의 생계를 지원하려고 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딸 부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갈등을 겪자,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통해 무직이던 사위 서 씨를 타이이스타젯 상무로 채용시켜 급여를 가장해 손자의 국제학교 학비와 태국 생활비 등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소득이 없는 딸 부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왔던 만큼 이들을 ‘경제공동체’로 판단하고,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죄를 적용했다.

서 씨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상무로 근무하며 총 1억5283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 800만 원 수준으로, 당시 회사 대표이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항공사 근무 경력이 전혀 없던 서 씨는 단순 업무만 수행했다. 수개월간 출근하지 않고도 급여를 받았다.

서 씨는 태국 주거비 명목으로 약 6500만 원도 지원받았다. 다혜 씨는 서 씨의 채용 절차가 시작되기 전 미리 태국 현지를 답사해 월세가 350만 원이 넘는 고급 맨션을 직접 골랐다. 이 전 의원의 지시로 중진공 현지 직원이 태국을 사전 방문한 다혜 씨를 공항으로 마중 나가 일정을 동행하고 통역을 섭외해 주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씨가 입사하기 전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다혜 씨 부부의 태국 거주지 경호 계획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장은 이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지원 규모와 국제학교 정보 등을 다혜 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다혜 씨는 서 씨가 받은 급여 일부를 보태 본인 명의로 서울 소재 임대용 다가구 주택을 매입한 다음 월세 수익을 얻기도 했다. 주택 구입을 위한 사전 답사와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도 특감반에서 처리했다. 다만 검찰은 가족 관계인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한 점과 뇌물죄 처벌 대상이 공무원인 점 등을 고려해 다혜 씨와 서 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 檢,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 판례 인용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당시 “대통령의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에 대해 금품이 제공되면,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2021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만큼 수사가 지연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다혜 씨와 문 전 대통령 모두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한 뒤 서면조사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보낸 서면질의서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검찰은 범죄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관할 구역에 있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 의혹’ 재판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 文 “尹 기소와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 반발

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 기소와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정치화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창작 소설가로 바뀌었다”며 “검찰은 각본을 쓰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설 쓰는 건 소설가에게 맡기고 검찰은 적확한 증거에 의해 평가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불구속 기소#직접 뇌물죄#특혜 채용#경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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