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두 재판관 “헌재 결정 존중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구성 다양화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9일 01시 40분


문형배-이미선 6년 임기 끝 퇴임
文 “대통령-국회 사이 교착 생기면, 헌재가 결정하고 헌법기관은 준수”
李 “헌법 무시하면 사회 질서 흔들려”
文 부산行… 변호사 개업은 안할듯

18일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헌재 재판관(오른쪽)이 퇴임사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 입장하고 있다. 문 권한대행에 이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형두 재판관도 이 재판관 뒤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헌재 재판관(오른쪽)이 퇴임사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 입장하고 있다. 문 권한대행에 이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을 것이 유력한 김형두 재판관도 이 재판관 뒤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이미선 헌재 재판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9년 4월 취임했던 문 권한대행(60·사법연수원 18기)과 이 재판관(55·26기)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18일 퇴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해 파면 결정을 내린 두 재판관은 퇴임사를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과 헌법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인논증 같은 비난 지양돼야”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 열린 퇴임식에서 문 권한대행은 사전에 준비한 퇴임사를 모두 암기한 듯 참석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6분간 말을 이어갔다. 실제 언론에 사전 배포된 퇴임사와 문 권한대행의 발언은 거의 같았다.

문 권한대행은 먼저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도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면서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도 헌재 재판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또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면서 “헌재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돼야겠지만 대인논증(對人論證)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인논증이란 상대의 경력이나 사상 등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논법을 뜻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여야 모두가 제기한 재판관 성향 등에 대한 비난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문 권한대행은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교착 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며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가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 인용 결정에도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마음속에 무거운 저울이 하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저울의 무게로 마음이 짓눌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 文, 변호사 개업 안 할 듯

문 권한대행은 가족 여행 등 휴식을 취한 뒤 부산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문 권한대행은 부산·경남에서만 근무한 ‘향판’(지역법관) 출신이다. 변호사로 개업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권한대행은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직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한 변호사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를 하시더라도 무료 법률 상담과 같이 공익적인 활동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법조인은 “경남에서 무료 법률사무소를 열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만큼 관련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부산지법의 한 판사는 “부산 지역 대학에서 후배 법조인 양성을 위해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시군법원에서 판사(원로 법관) 생활을 하며 지역 봉사활동을 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경찰은 문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를 해제했다. 김형두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으면 경찰 경호를 받게 된다. 이 재판관은 당분간 서울에 머물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모교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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