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5명 살해 용의자는 50대 가장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5일 17시 40분


아파트서 발견…사업실패 비관해 범행 추정
현장서 “내가 범행, 나도 죽겠다” 메모 나와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의 모습. 2025.4.15 뉴스1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의 모습. 2025.4.15 뉴스1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범인이 사업 실패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5일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노인 2명, 50대 여성 1명, 20대 여성 1명, 10대 여성 1명 등 총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주변에는 수면제가 있었고 시신의 목 부위에는 졸린 흔적이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50대 남성 이모 씨가 부모와 아내, 자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붙잡아 입건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55분경 이 씨는 누나한테 “가족이 집단 자살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씨의 누나는 “동생 상태가 이상하다”며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선 이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도 발견됐다. 메모에는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나 둔기에 의한 공격 흔적은 없었으며, (가족들에게) 수면제를 타 먹여 잠들게 한 후 차례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립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범행 직후 자동차로 4시간 거리인 광주 동구 금남로의 한 빌라로 도주했다. 이곳은 이 씨의 또 다른 거주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기지국 위치 추적 등을 통해 이 씨의 동선을 확보한 뒤 광주동부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해 이날 오전 11시10분경 빌라에서 그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이 씨는 수면제를 많이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진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는 건강 상태로,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말 부부’로 혼자 지방에 머물며 일을 해온 이 씨가 사업 실패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범행을 저지른 용인 아파트는 관리비 연체나 체납 기록은 없었다.

아파트 주민은 “거기 거주하는 할머니는 경로당 회원이었는데 평소 얌전하고, 며느리 칭찬과 아들 칭찬 많이 하던 분이었는데 안타깝고 무섭다”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숨진) 80대 남편이 자식들 생활비를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건강 상태가 회복되면 긴급체포한 뒤 용인서부서로 압송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과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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