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로 꼽히는 명태균 씨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2023년 중순경 직접 연락을 나눈 카카오톡 증거가 있다”고 밝히는 등 여권 핵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명 씨를 둘러싼 주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가운데, 검찰 수사의 향배가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명 씨 측 여태형 변호사는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른바 ‘황금폰’(명 씨가 대선 기간 등에 사용한 휴대전화)에 명 씨와 홍 시장의 카톡 대화도 있다”며 “포렌식 과정에서 저희가 확인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카톡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명 씨 측 변호인단은 4·10총선 관련 김건희 여사의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 18일에는 “명 씨가 검찰 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장소, 당시 상황, 오간 얘기를 소상히 밝힌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오 시장 측은 입장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명 씨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 씨는 20일 “시골에서는 돼지를 잔칫날에 잡는다”며 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 시장과 홍 시장을 고소하고 본격적인 폭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 변호사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명 씨가 두 시장이 관련 의혹을 적극 부인하고 자신을 고소한 데 대해 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 시장은 모두 측근으로 하여금 명 씨 측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 시장의 경우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 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자신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 씨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김 씨가 명 씨 측에 5차례에 걸쳐 3300만 원을 보낸 계좌 내역을 확보해 둔 상황이다. 명 씨는 특히 검찰에 오 시장을 2021년 1월 20일, 23일, 28일, 그리고 2월 중순까지 총 4번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중 2월 중순에는 김 씨와 3자 회동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오 시장은 3자 회동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홍 시장의 경우, 홍 시장 아들과 고교 동창인 최모 씨가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과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3월 등 총 11차례에 걸쳐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당원 명부와 함께 총 4600만 원의 여론조사 비용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시장 측근인 박재기 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명 씨 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있다. 홍 시장은 “명태균과 한 번이라도 만난 일이 있었어야 여론조작 협잡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향후 검찰 수사에 따라 대선에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를 부르고 조사하는 것 자체가 여권 주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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