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지하에서 ‘생활고 비관’ 세 모녀 쓰러진 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2일 19시 31분


40대 큰딸 숨져…유서 발견

부산동부경찰서 전경. ⓒ News1 DB
부산동부경찰서 전경. ⓒ News1 DB
부산의 한 주택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내용의 글을 남긴 세 모녀가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3분경 부산 동구 한 주택 안방에서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구급대와 경찰은 현장에서 숨져 있는 큰딸을 발견했고, 의식이 없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작은딸과 어머니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두 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큰딸의 남편은 이날 오전 세 모녀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작은딸의 전화를 받고 다른 지역에서 부산 집으로 와 이들을 발견한 뒤 119에 신고했다. 세 모녀는 안방에 함께 누워 있었고 착화탄 여러 장이 주변에 놓여 있었다. 생활고 등을 비관한 내용의 유서도 발견됐다.

세 모녀가 함께 발견된 곳은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 근처 4층짜리 다세대주택 반지하다. 모녀는 이곳 세입자였다. 어머니와 두 딸 중 일부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이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생존한 두 모녀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치료가 끝나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에 따르면 세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청이 파악하기로 어머니는 요양보호사이고, 숨진 큰 딸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2014년 공과금 낼 돈도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60대 여성과 30대 두 딸이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 후 위기가정 발굴 및 지원 제도가 강화됐지만, 생활고로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 전문가인 박민성 민생정책연구소장은 “세 모녀 가운데 투병 중인 이가 있었다면 일부가 근로 능력이 있어도 정상적인 생활 유지가 어려웠을 수 있다”며 “물가 상승 등 세상이 변화는 속도는 빠르지만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정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생활고 호소#세 모녀 사건#부산#다세대주택 반지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